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초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전에서 ‘레이건 데모크래트’의 표심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선두주자인 버락 오바마(사진) 상원의원이 ‘인종차별’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자 선거 전문가들은 “25년 가까이 잊혀져 온 레이건 데모크래트들이 다시 선거의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레이건 데모크래트란 1980, 84년에 민주당원이면서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을 가리킨다.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 주 등 ‘북부’에 거주하는 백인 블루칼라 노동계층이 레이건 데모크래트의 주축이다.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인 스탠 그린버그 씨의 조사에 따르면 미시간 주 마콤 카운티의 주민 중 63%는 1960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존 F 케네디를 지지했지만 1984년 대선에서는 64%가 레이건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건 데모크래트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 현안보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투표한다는 것. 낙태와 동성애에 반대하며 국가안보를 중요시한다. 1980년대 선거에서 이들이 레이건 후보를 지지한 것도 민주당이 중산층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흑인이나 극빈자 등을 주요 지지층으로 삼고 있다는 실망감 탓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의회의 한 관계자는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발언 파문과 인종문제 부각 등은 레이건 데모크래트들의 오바마 후보 지지 철회로 급속히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월 22일 실시되는 펜실베이니아 주 경선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라스무센 여론조사에 따르면 2월 28일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 후보(46%)와 오바마 후보(42%)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였지만 13일 조사에서는 51% 대 38%로 격차가 1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