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0일 시위대에 발포해 4명의 부상자를 냈다는 사실을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사태의 진원지인 티베트의 중심도시 라싸(拉薩)에 대규모의 군부대를 계속 파견하고 시위대를 구속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전했다.
유혈사태로 확산된 티베트(중국명 시짱·西藏) 사태가 장기화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의 강경 진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영국 등의 주요 인사들이 달라이 라마와 잇따라 만나겠다고 밝히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개입하나=AP통신에 따르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오후 늦게 “경찰이 16일 쓰촨(四川) 성 지역에서 ‘자기 방어’를 위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쐈고 4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이 밖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오후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과 20여 분간 통화하면서 “티베트 시위대를 조심스럽게 다루고 달라이 라마와 대화를 시작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인도를 방문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이번 주 중 달라이 라마를 만나 지지를 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유혈 진압을 강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낸 바 있어 달라이 라마와의 회동이 티베트 사태에 미국이 개입하는 신호탄이 될지 모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AFP통신은 20일 “달라이 라마가 5월 런던을 방문할 때 영국 찰스 왕세자가 그를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19일 달라이 라마와 5월에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캉 사원 공권력 투입 임박설=라싸 시내 중심의 조캉 사원에 시위대 중심인물들이 대거 피신해 있는 가운데 시짱일보는 이날 “중국 정부가 시위대 2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들의 행위는 중대 범죄여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보도해 중국 정부의 강경 처벌 방침을 시사했다. 중국군은 사원을 겹겹이 포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목격자의 말을 빌려 “수천 명의 중국군이 라싸로 추가 파병되고 있으며 일부 군인은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인권단체인 ‘자유티베트운동’도 지역 소식통을 인용해 “티베트인들이 모여 사는 간쑤(甘肅) 성 마취(瑪曲)에 총으로 무장한 군인을 태운 25대의 트럭과 여러 대의 탱크가 배치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