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시장의 블랙홀’ 마카오 카지노 가보니…

아침부터 북적 마카오 L카지노 내부 전경. 오전 10시경인데도 카지노를 찾은 고객들이 테이블에 몰려 게임을 하고 있다. 마카오=임재영 기자

VIP룸 테이블 1, 2개는 ‘한국인 고정석’

《마카오 W카지노의 24층 VIP룸. 테이블마다 고객이 들어찼는데 한쪽에서 한국말이 들렸다. “아이고 아깝다.” “이런, 이런.” 한국인 5명이 ‘바카라’(카드 2, 3장 숫자의 끝자리 합으로 승부하는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 판에 수백만 원씩을 눈 깜짝하지 않고 걸었다. 기자가 15일 오후 9시에 찾아갔을 때 한국인 매니저는 “VIP룸 1, 2개 테이블은 한국인이 차지한다. 1인당 3000만 원에서 2억 원 정도를 갖고 와서 즐긴다”라고 말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회부 임재영 기자

한국인 작년 22만여명 찾아… 3년새 3배이상 늘어

“가볍게 즐기자…” 소수고액→다수소액 고객 늘어

하루새 수억 잃는 사람도… 年 1조원 ‘베팅’ 추정

같은 날 오후 5시경 S카지노 VIP룸에서는 한국인 고객이 30분 만에 17억 원을 잃었다고 카지노 업소 관계자가 귀띔했다. 이 한국인은 중국 선전(深(수,천))에서 전자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카오 카지노에 한국인을 안내하는 A 씨는 “고액 베팅을 하는 한국인 고객은 대부분 100억 원 미만의 재산가”라며 “건설 시행업체, M&A사 등의 오너들이 새로운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지노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급증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가히 폭발적입니다”라고 표현했다.

마카오 카지노산업은 ‘세계 관광시장의 블랙홀’로 불린다. 마카오 통계조사국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은 올해 들어 2월 말까지 6만9497명.

지난해 같은 기간(4만2513명)보다 63.5% 늘었다. 처음으로 일본인 관광객(5만9366명)을 앞질렀다.

올해 한국인 관광객은 35만 명으로 예상된다. 2006년에는 16만2709명, 지난해에는 22만5417명이었다. 상당수가 카지노를 찾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고액 베팅을 하는 ‘큰손’ 외에도 적은 돈으로 카지노를 즐기는 관광객이 점점 늘고 있다.

16일 오후 베네시안 카지노. 스위트룸급 객실 3000개와 보잉747 항공기 100대가 들어갈 수 있는 매장 곳곳에서 한국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국인 남성은 여성 동반자와 함께 테이블에서 중국인들을 압도하며 바카라 게임을 리드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관광객은 “한국에서 조그만 기업체를 운영하더라도 수백만 원의 접대비가 필요하다. 술 마시며 몸 버리는 것보다는 카지노게임 즐기고, 따면 명품을 사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카지노업계는 한국인이 마카오 카지노에 쏟아 붓는 돈을 연간 1조 원으로 추정한다.

마카오 윈 카지노의 이성휘 이사는 “국내에서 카지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인이 외국으로 빠져 나간다”며 “도덕성과 투명한 시스템을 갖춘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한국정부가 검토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마카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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