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누리꾼 넷셔널리즘 ‘막말 삼국지’

  • 입력 2008년 3월 22일 03시 00분


인터넷 민족주의 막가는 비방전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지배하는 것은 훌륭하다. (일본의) 조선 식민지배가 무엇이 나쁜가? 너희들의 조상이 병합을 부탁한 것이다.”(일본 누리꾼)

□ 댓글: “그럼 니들이 미국의 식민지가 되든가.”(한국 누리꾼)

□ 댓글: “미국>일본 >>>>>>>> 미개한 조선.”(일본 누리꾼)

□ 댓글: “이게 일본인의 현재 수준이다. 자기 나라에 먹칠 그만해라.”(한국 누리꾼)》

쪽바리 짱꼴라 가오리방쯔…

상대국민 비하하는 욕설 글

포털-블로그에 하루 수백건

“국가간 교류-외교에 악영향”

한국과 일본 누리꾼의 교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네이버 인조이재팬’의 게시판에 20일 올라온 글의 일부다. 실시간 자동번역 기능을 갖춘 이 게시판에는 양국 누리꾼이 서로 헐뜯으며 설전을 벌이는 게시물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이어진다.

인터넷으로 각국 누리꾼이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상대방 국가를 비하하거나 자국 우월주의를 내세우는 ‘넷셔널리즘’(인터넷의 ‘net’과 민족주의를 뜻하는 ‘nationalism’의 합성어)이 떠오르고 있다.

▽‘쪽바리’ ‘짱꼴라’… 막말 가득=일본 사이트 ‘니찬네루(2ch)’의 동아시아 뉴스 게시판은 중일 만두 파동이나 티베트 사태 등과 관련해 중국을 폄훼하는 글로 가득하다. ‘베이징에서 폭동이 일어나 다 같이 죽어라’ 같은 막말도 눈에 띈다.

톈야(天涯)를 비롯한 중국 커뮤니티 사이트엔 최근 베이징 올림픽 한국과 대만 야구 최종 예선전 도중 대만 관중이 한국을 비하하는 피켓을 든 것에 대해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중일 인터넷엔 ‘쪽바리’(한국인이 일본인을 폄훼하는 말) ‘가오리방쯔’(중국인이 한국인을 폄훼하는 말)’ ‘짱꼴라’(일본인이나 한국인이 중국인을 폄훼하는 말) 등 오프라인에선 함부로 쓸 수 없는 비속어가 난무한다.

한국과 일본에는 반일, 반중, 혐한을 주제로 한 인터넷 사이트도 여럿이다. 네이버와 다음엔 ‘안티 일본’ 카페가 각각 30∼40개에 달한다. 회원이 무려 5600여 명인 곳도 있다.

일본 사이트 2ch엔 혐한 자료 전용 게시판인 ‘니다’가 운영되고 있다. 동아시아 뉴스 게시판에도 한국과 관련된 부정적 뉴스를 번역한 자료가 매일 게재된다. 이 같은 각종 익명 게시판은 폐쇄적 민족주의의 온상이 되면서 ‘넷 우익’들이 혐한론과 혐중론을 퍼뜨리는 주요 수단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규제에 따라 노골적인 반한, 반일 사이트를 찾아볼 수 없는 중국에서도 포털 사이트와 개인 블로그를 중심으로 넷셔널리즘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중국 누리꾼이 블로그에 게재한 ‘혐한랩’ 동영상이 중국 내에 널리 유포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넷셔널리즘의 원인과 전망=전문가들은 넷셔널리즘 번성의 이유로 인터넷의 익명성과 집단성을 들었다. 소수의 누리꾼이 만든 비방 자료가 인터넷에서 대중에게 널리 전달되고 자동번역 기술의 발달로 해외에까지 알려지게 된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한류 열풍이나 한일 월드컵,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서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넷셔널리즘이 떠오르는 이유다. 국내 중국인 유학생들의 동호회 사이트에 반한(反韓) 게시물이 유난히 많은 점은 넷셔널리즘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재생산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인구가 늘면서 한중일 넷셔널리즘은 특히 국가 간 교류와 외교에까지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일본의 2ch는 하루 접속 건수가 2억 회에 이른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올해 2억2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숙명여대 안민호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미국 위키피디아는 인종과 성별 등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자료를 자체적으로 규제한다”며 한중일 정부와 인터넷 업계가 넷셔널리즘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사회-경제적 불안이 내셔널리즘 불러, 소수의 인터넷 여론 너무 신뢰 말아야”▼

다카하라 日학술진흥회 연구원

갸섟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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