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전 민주당 경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결혼 초기엔 '힐러리 로댐'이란 처녀시절 이름과 성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러런 그가 남편의 성을 따라 '힐러리 클린턴'으로 이름을 바꾼데는 1980년대 초반 남편의 아칸소 주지사 선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뉴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1980년 재선에 도전한 빌 클린턴 주지사는 공화당의 프랭크 화이트 후보에 패했다. 당시 일부에선 '주지사 부인이 처녀시절 이름을 계속 사용하는데 대한 보수적인 아칸소 주민들의 못마땅한 시선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화이트 후보는 "(주지사 부인이) 남편 이름을 따르지 않는다니 믿기 어렵다"고 자주 말했다. 당시 화이트 후보의 비서실장이었던 프레스톤 바이넘 씨는 "당시 아칸소의 분위기에서 힐러리는 여전히 '낯선 문화권에서 온 히피' 같은 이미지를 풍겼다"고 회상했다.
남편의 패배후 '힐러리 로댐'은 '빌 클린턴 부인'으로 바뀌었다. 전통에 순응하는 그런 모습이 1982년 선거에서 빌 클린턴이 승리해 재기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화이트 전 주지사의 부인은 말했다.
힐러리 의원의 이름은 1993년 남편이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에도 화제가 됐다. 여론조사까지 실시했는데 영부인의 이름이 '힐러리 로댐 클린턴' 대신 '힐러리 클린턴'이길 바란다는 대답이 62%에 달했다. 이름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당시 뉴욕타임스는 "대통령에겐 '힐러리 로댐' 'Ms. 빌 클린턴' '힐러리 클린턴' '힐러리 로댐 클린턴' 등 4명의 부인이 있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힐러리 의원의 친구들은 "힐러리는 이름을 놓고 논란이 이는 걸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힐러리 의원의 이름에 얽힌 논란에 대해 미국 사회에선 "결혼한 여성이 낳아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심지어 중간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조차 용납하기 힘들다는 것인가.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하고자 하는 여성에 대한 못마땅한 시각이 슬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실 '클린턴'이란 성도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양부의 성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생부는 그가 태어나기 3개월 전 교통사고로 숨졌다.
한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도 이름과 관련한 화제가 많다. 오바마 의원의 가족들은 어린시절 그를 '버락' 이란 아프리카식 이름 대신 '베리'라고 불렸다. 그런데 오바마는 '대학입학 직후 가족들에게 "아프리카 핏줄이 흐르는 나의 정체성을 더 이상 부정하고 싶지 않다"며 "더 이상 베리란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부탁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