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리버럴한 성향… ‘좌우 화합’ 공약에 의구심”▼
"상원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보여 온 버락 오바마 후보가 과연 좌우 화합의 기수(旗手)가 될 수 있을까?"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경선주자인 오바마 의원이 내세우는 핵심 캐치프레이즈는 '변화'와 '통합'이다. 특히 "레드스테이트(공화당 지지)와 블루스테이트(민주당 지지)로 찢긴 미국을 다시 하나로 화합시키겠다"는 게 그가 주창하는 통합의 핵심중 하나다.
그러나 일부에선 약간 고개를 갸우뚱해 왔다.
"인종·문화 통합은 오바마 자신이 흑인 혈통을 가졌고 다(多)문화를 경험해 왔으므로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념과 관련해선 그는 그동안 선명히 한쪽에 서왔다. '대통합의 적임자'를 자처하기 위해선 상당한 논리 정립이 필요할 것 같다."(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연구원)
사석에서만 회자되던 그런 의구심이 마침내 대선의 공식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리버럴이 통합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오바마 의원은 민주, 공화, 중도파를 끌어안아 '새로운 다수'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과연 그가 이를 주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담임 목사 발언 파문이 촉발한 인종 논란은 오바마가 후보가 될 경우 치러야할 여러 시험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가장 리버럴한 투표 성향을 보여온 오바마 의원이 대선 후보가 된다면 '이념적으로 덜 양극화된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그의 약속은 공화당의 공세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셔널저널의 분석에 따르면 오바마 의원은 2007년 상원에서 가장 리버럴한 투표성향을 보였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16위에 랭크됐다.
오바마 후보는 "대선 본선은 중도층 유권자 확보 경쟁인데 과연 적임자이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을때 마다 "나는 진보적이지만 이념적인 사람이 아니다. 실용주의적이다"고 강조해왔다.
그의 지지자들은 건강보험 개혁,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부유층 감세 혜택 중단 등 진보적 목표가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는 등 과거와는 다른 이념적, 정치적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오바마이즘'(obamaism)은 잠복해 있는 이념적 다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이란 논리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월 25일자에 논설실 명의로 힐러리 후보 지지를 밝힌 바 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힐러리가 준비된 리더?
“영부인 때 총격속 보스니아 방문” 거짓말 들통 궁지에▼
"(대통령 부인 시절인 1996년) 보스니아에 갔을 때가 분명히 기억난다. 저격수의 총격 속에서 착륙했고, 예정됐던 공항 환영행사 대신 고개를 숙인 채 차로 뛰어가 기지로 향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경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지난주 초 이라크전쟁 5주년 연설 내용 중 한 대목이다.
풍부한 외교안보 경험을 강조하기 위해 붙인 이 '보스니아 회고'가 힐러리 후보의 신뢰도에 뼈아픈 타격을 주는 부메랑이 됐다. 당시 동행했던 수행원, 사진기자들이 "공항에 내렸을 때 총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고 잇따라 증언하고 나선 것이다.
"영부인이 차로 뛰어가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그랬다면 당연히 사진을 찍었을 것"(현재 뉴욕타임스에 일하는 당시 AP사진기자), "저격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사전 브리핑을 받긴 했지만 총소리는 기억에 없다", "영부인은 우아한 모습으로 보스니아를 방문했고 평화유지를 위해 파견된 미군들과 사진들과 찍었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는 당시 수송기에서 내린 힐러리 여사가 딸 첼시와 함께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며 활주로를 걸어와 보스니아 대통령 권한대행과 8세 소녀의 영접을 받는 모습이 담긴 CBS뉴스 동영상이 올랐다.
힐러리 후보는 24일 "말을 잘못했다. 실제 총소리가 울린 게 아니라 저격 위험 때문에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라고 실수를 인정했다.
힐러리 캠프는 "힐러리 의원은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하고 정확히 설명한 바 있다"며 "의도적으로 부풀린게 아니라 연설 도중에 즉석에서 숱한 여행기억들을 되살리다가 실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캠프는 "힐러리 후보가 자신의 역할을 얼마나 과장해 왔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됐다"고 비판했다.
한편 오바마 후보의 지지자인 고든 피셔 전 아이오와주 민주당 책임자는 이날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오바마 후보의 애국심에 문제를 제기하는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행동은 매카시(1950년대 매카시즘을 일으킨 장본인)에 비견되며, 모니카 르윈스키의 푸른색 드레스에 묻은 것 보다 더 깊은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곧 글을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오바마 진영에 품위있는 말이 바닥난 것 같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양 후보 진영의 자극적 언사는 장군멍군식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힐러리 후보의 자문역인 제임스 카빌 씨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오바마 후보 지지선언을 하자 "가룟 유다가 은화 30냥에 예수 그리스도를 팔아버린 일이 일어났던 부활절에 즈음에 일어난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리처드슨 주지사가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장관에 발탁돼 정치적으로 성장했으며 그동안 클린턴 집안과 절친한 관계를 유지해왔음을 지적한 것이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이에대해 "그게 힐러리 의원 주변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그들은 대통령이 다 된 듯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유다 비유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지만 카빌 씨는 24일 "나는 핵심을 분명히 짚고 싶었을 뿐"이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