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오와 주 아이오와시티에서 은행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백인 가장이 부인과 한국에서 입양한 자녀 4명을 살해하고 자살했다.
시 경찰국 발표와 가제트온라인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이오와시티 교외의 단독주택에서 24일 오전 셰릴 슈펠(42·여) 씨와 한국에서 입양된 4남매 이선(11) 세스(9) 군, 마이라(6) 엘리너(4) 양 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이 가정의 가장인 스티븐 슈펠(42) 씨로 추정되는 남성으로부터 "빨리 가보라"는 전화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이들의 시신과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야구방망이 2개를 발견했다.
슈펠은 시신 발견 5분쯤 뒤 사건 현장에서 14km가량 떨어진 고속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화염에 휩싸인 미니밴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25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슈펠이 아내를 먼저 살해한 뒤 차고에서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아이들과 동반자살하려다 실패하자 아이들을 살해한 뒤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셰릴 씨는 안방에서, 아이 2명은 2층 방에서, 1명은 지하 침실, 1명은 지하 놀이방에서 각각 발견됐으며 둔기(야구방망이)에 맞아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슈펠이 부엌에 남긴 6장 분량의 유서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수십 차례 되풀이했으며, 형의 휴대전화에 "우리 가족은 모두 천국에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음성메시지를 남겼다고 밝혔다.
슈펠은 교통사고를 내기 직전 아이오와 강에 투신하기도 했다.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슈펠은 지역은행인 힐스뱅크앤트러스트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56만 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그는 횡령의혹이 제기되자 혐의를 대부분 시인하고 사직한 뒤 콘크리트 공장에 다니기도 했다. 체포된 뒤 보석금 25만 달러를 내고 풀려난 그는 4월21일 재판이 예정돼 있었으며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30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 처지였다.
슈펠은 사건초기 개인성명을 통해 횡령한 돈 일부를 마약인 코카인을 사는데 썼다고 밝혔으나 검찰은 이를 입증할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슈펠 씨 부부는 매주 아이들과 성당에 다녔고 23일 부활절 미사에도 전 가족이 참석했다. 교회 관계자는 5월로 예정된 둘째 아들 세스 군의 영세를 앞두고 부부가 매달 교리강좌에도 나왔다고 현지 언론에 전했다. 셋째 마이라 양은 여섯 번째 생일을 하루 앞두고 변을 당했다.
아내 셰릴 씨는 자녀를 키우는데 전념하기 위해 2000년 초등학교 교사직을 그만 뒀다.
교회 관계자는 "부부는 입양 전부터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등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고 양육에 정성을 쏟는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이 집 잔디밭 마당에는 아이들을 위한 고급스러운 나무 놀이기구와 새 모이통 등이 있다. 이웃 주민은 "아이들이 집 주변에서 놀 때 밝고 명랑해 보였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슈펠은 아버지가 대형 로펌의 대표로 지역사회 지도급 인사로 인정받는 유복한 집안 출신이다.
한편 홀트아동복지회 측은 피살된 네 명의 아이들 모두 미혼모의 자녀이며 1998년과 1999년, 2002년, 2005년에 각각 입양됐다고 밝혔다.
복지회 홍미경 홍보팀장은 "입양 당시 슈펠 씨 부부는 정신과 진단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고 이웃에서도 평판이 좋았다"며 "이들은 첫째 이선 군을 입양한 후 아이들 간에 국적이 같은 것을 선호해 나머지 3명도 한국 아동으로 입양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