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베 대통령이 6선 연임을 노리는 이번 선거에서는 예전 어느 때보다 야권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부정선거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말 대선 부정선거 논란으로 폭력사태가 이어져 1000명 이상이 숨진 케냐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무가베 대통령의 가장 유력한 도전자는 야당 ‘민주변화동맹(MDC)’의 모건 츠방기라이(56) 총재. 짐바브웨 여론조사기관인 대중여론조사연구소(MPOI)가 14일 발표한 조사 결과 츠방기라이 총재는 28.3%의 지지율을 보여 20.3%에 그친 무가베 대통령을 앞섰다. 2002년 대선에서는 무가베 대통령이 56.2%, 츠방기라이 총재가 41.9%를 득표했다.
여기에다 한때 무가베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린 심바 마코니(58) 전 재무장관도 출마해 무가베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군부와 여당까지 흔들리고 있다.
뉴스위크는 무가베 대통령을 지지해온 전직 군 총사령관 두미소 다벵와 씨, 솔로몬 무주루 씨가 이번에는 마코니 전 장관을 지원하고 있다고 22일 전했다. MPOI의 조사에서 마코니 전 장관의 지지율은 8.6%였다.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21일 안에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무가베 대통령에게 위기를 가져온 최대 원인은 파탄 지경인 짐바브웨의 경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은 지난해 짐바브웨의 물가가 무려 1000배 이상 올랐고 실업률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츠방기라이 총재는 26일 “야당이 집권하면 화폐개혁 등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무가베 대통령이 순순히 자리를 내놓을 것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5일 “이 정도 상황이라면 어느 나라 지도자라도 물러나겠지만 무가베 대통령은 권력을 놓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가짜 유권자 등록, 국영방송 통제, 금품 살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가베 대통령은 23일 수도 하라레에서 열린 유세에서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야당이 집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권력에 강한 집착을 드러냈다.
BBC는 26일 “여당이 부정선거를 자행할 경우 케냐처럼 유혈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감시기구(ICG)는 20일 “짐바브웨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나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해 주변 국가들까지 불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