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에서 시아파 군사조직 마흐디 민병대에 파상 공세를 펼쳐 온 이라크 정부가 마침내 사실상의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흐디 민병대는 정부군의 공세에 맞서 쿠트, 카르발라, 나시리야 등 인근 남부 도시들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지만 세가 꺾여 29일 정부 측과 협상에 나섰다. 마흐디 민병대를 이끄는 반미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는 30일 “전투를 중지하고 바스라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민병대를 철수시키겠다”고 밝혔다.
앞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26일 “총을 반납하면 현금을 지급하겠다”며 마흐디 민병대 측에 72시간의 투항 시한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알사드르가 격렬히 저항하는 바람에 28일에는 최후통첩 시간을 열흘 연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군과 영국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28, 29일 전투기와 포병을 동원해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했고 30일에는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전면적인 압박에 나섰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알사드르 측은 “정부가 민병대원을 마구잡이로 공격하거나 체포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민병대 측 수감자를 사면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이번 무력 충돌을 ‘시아파 반군과 (시아파가 주축인) 이라크 정부군이 충돌한 시아파 내부의 갈등’이라고 30일 보도했다.
시아파인 알말리키 총리는 2005년 권력을 잡을 때 알사드르의 도움을 받았지만 미군이 철수한 뒤 이라크군이 자체적인 치안 능력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해 알사드르를 억누르거나 제거할 필요를 느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석유 생산 요충지인 바스라를 알사드르의 손에서 되찾는 것이 재정 확보에 필수라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