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티베트 시찰단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중국 정부가 베이징에 주재하는 15개국 외교관을 초청해 최근 대규모 독립시위가 벌어진 티베트의 라싸를 둘러보게 했다. 각국 대사관의 정무(政務)담당 외교관들은 지난달 28일과 29일 중국 관리의 안내로 시위 중심지를 둘러보고 티베트 책임자와 승려를 만나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중국이 여러 나라 외교관에게 독립시위 현장을 공개하면서 한국을 배제한 의도가 궁금하다. 중국은 우리 정부에 “싱가포르 같은 지역협력체 조정국과 유럽국 중심으로 초청했다”고 해명했다지만 얼른 납득이 되지 않는다.

▷분명한 사실은 중국이 티베트 사태 진화를 위해 성의를 보여야 할 영향력 있는 국가군(群)에 한국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선정 기준은 부차적인 문제다. 우리가 중국을 4강(强)의 하나로, 이웃 국가로 중시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섭섭하다. 정부도 중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한다. 외교통상부는 어제 “중국으로부터 ‘다음번에는 반드시 한국을 포함시키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티베트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한 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외교부는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더는 인명피해가 없이 원만히 수습되기를 희망한다”는 지난달 17일 대변인 논평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티베트 망명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를 촉구하고, 유럽에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불참 주장이 나와도 정부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한국이 시찰단에서 제외된 이유가 티베트 사태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쳤기 때문이라면 부끄러운 일이다.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 등 다른 현안까지 고려한 종합 대응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필요할 때 할 말을 하지 못하는 ‘눈치 외교’는 지양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에 즈음해 중국에서는 한국의 새 정부가 중국을 홀대한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중국을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중국의 불만 표시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도 중국이 섭섭하게 할 때는 섭섭하다고 말해야 한다. 할 말을 해야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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