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 자부심”… 소수민족 불만 무마
중국 허난(河南) 성 정저우(鄭州) 시의 바위산에 새겨진 염제(炎帝·중국 고대 불의 신)와 황제(黃帝)의 거대한 얼굴 조각상(사진). 지난해 4월 20년 만에 완성된 이 조각상을 보기 위해 중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몰리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티베트와 위구르자치구 주민 등 중국 소수민족의 독립 시위가 거세지는 가운데 ‘황제(黃帝)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황제는 5000여 년 전 중국을 지배한 것으로 전해 내려오는 건국신화 속의 영웅이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의 불만을 잠재우고 이들에게 ‘하나의 중국’ ‘중화민족’의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황제 민족주의를 활용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황제가 중국 역사에서 아버지 같은 존재로 추앙받기 때문에 전 민족에 애국심을 고양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산시(陝西) 성 황제 사당에서 열린 추모제에 티베트를 포함한 소수민족 대표를 고루 초대했다. 7월에는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이 사당을 거쳐 갈 예정이다.
최근 티베트 사태가 터지기 전 중국 정계에서는 황제 추모제를 연례행사로 규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황제 추모제가 모든 분파와 민족의 힘을 통일하고 화합을 도모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황제민족주의의 영향으로 산시 성과 허난 성 정부는 서로 황제의 탄생지라고 주장하며 각종 행사와 기념지 조성에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높이가 106m에 이르는 허난 성의 염제와 황제 얼굴조각상은 이미 성지가 됐다. 허난 성 정부는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는 명절인 청명(4일)을 맞이해 이달 중 이 지역의 방문자가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민족들은 중국 정부와 황제 신봉자들이 조장하는 황제 우상화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이 잡지는 보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