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포함한 국제 곡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세계적인 식량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5월 인도분 쌀 가격은 장중 한때 전날보다 2.8% 상승한 100파운드(45.4kg)당 20.35달러를 기록해 3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쌀 가격이 지난해에 33% 오른 데 이어 올해 1분기(1∼3월)에만 42%가 뛰었다고 보도했다.
최근의 쌀값 급등세는 아시아 주요 쌀 생산국들이 곡물 재고 확보를 위해 수출을 제한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계 2위의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이날 쌀 수출 통제조치를 6월까지 연장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올해 쌀 수출은 지난해(450만 t)보다 50만∼100만 t 줄어든 350만∼400만 t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2위의 쌀 생산국인 인도는 지난달 31일부터 바스마티(길쭉하게 생긴 쌀)를 제외한 쌀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 바스마티 최저 수출가격도 t당 1100달러에서 1200달러로 올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일 올해 세계 쌀 생산이 지난해에 비해 1.8%(1200만 t)가량 증가하지만 주요 쌀 생산국들의 수출 통제로 쌀 수출은 3.5%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세계 쌀 재고량도 197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옥수수, 대두, 밀 등 주요 곡물가격도 지난 1년간 각각 73%, 65%, 100%씩 급등했다.
세계은행은 “식량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33개국이 잠재적 사회불안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중남미의 빈국 아이티의 남부도시 레스카예스에서는 3일 식품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폭동이 발생했다. AP통신은 5000여 명의 군중이 유엔 평화유지군 기지와 시내 식품가게들을 약탈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1위 쌀 수입국인 필리핀에서는 공산 반군이 식량 수송 트럭을 습격해 불태우며 정정불안을 조성하자 3일부터 군이 식량 차량을 경호하기 시작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