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눈물…이라크 순직한 병사 공적사항 읽다 글썽

  • 입력 2008년 4월 10일 02시 59분


8일 미국 워싱턴 의회 의사당에서는 대통령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이 사자후를 토하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추궁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인들의 시선은 빅3 후보가 등장한 상원 청문회보다는 백악관에서 열린 최고무공훈장(Medal of Honor) 수여식에 쏠린 듯했다.

“장난스레 장식을 꾸민 마이클의 차가 동료들에게 먼지 세례를 남기고 출발하면 다들 웃음을 터뜨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마이클은 정말 중요한 순간이 되면 절대 동료 누구도 뒤에 남긴 채 떠나지 않을 것임을….”

이날 훈장이 추서된 고 마이클 몬수어(사진) 해군 특전대(SEAL) 병장의 공적 사항을 읽어가는 부시 대통령의 목소리가 떨렸다.

2001년 해군에 입대한 몬수어 병장은 이라크에서 수차례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2006년 5월엔 시가전에서 동료가 총을 맞고 거리 한가운데 쓰러지자 빗발치는 총탄 속으로 뛰어나가 한 손으로 응사하면서 한 손으론 부상한 동료를 안전한 곳까지 부축해 갔다.

4개월 후인 그해 9월 몬수어 병장은 중부 라마디 시의 건물 옥상에서 동료 2명과 함께 새벽 작전에 참가했다. 반군이 던진 수류탄이 그의 가슴에 맞고 바닥으로 굴렀다.

“그에겐 탈출할 수 있는 분명한 기회가 있었지만 동료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결정적인 순간에 그에겐 두 가지 선택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구하느냐, 친구를 구하느냐. 마이클은 수류탄 위로 몸을 던졌고 폭발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안았습니다.”

그러면서 부시 대통령은 당시 살아남은 두 병사가 목격한 몬수어 병장의 마지막 모습을 대신 전했다. “마이클은 죽음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내 친구를 뺏어갈 수 없어’라고.”

눈물이 그렁한 채 공적 사항을 읽은 부시 대통령은 몬수어 병장의 부모와 포옹을 한 뒤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미군 4000명, 이라크인 수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전쟁을 시작한 당사자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런 걸 따지는 미국인은 많지 않은 듯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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