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적십자사가 비즈니스업계의 여성 리더를 신임 대표로 임명했다. 직면한 재정 위기와 부실했던 조직 관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회심의 카드다.
적십자사는 부하 여성과의 불륜이 드러나 사임한 마크 에버슨 전 대표의 후임으로 게일 맥거번(사진) 씨를 9일 임명했다고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적십자사 이사진은 170명의 후보 중 맥거번 씨를 만장일치로 선임했다. 그는 6월부터 정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맥거번 씨는 AT&T의 임원과 글로벌 펀드운용그룹 피델리티의 소비자금융 분야 사장을 지냈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스트에도 두 차례 올랐으며 현재 하버드경영대학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존스홉킨스병원의 사외이사로 활동할 당시 5년간 20억 달러의 후원금을 모금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목표 기간인 7년보다 2년이나 앞당겨 달성한 성과였다. 이 밖에 보스턴 어린이병원과 지역 사회단체를 위한 모금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뉴욕타임스는 “적십자사가 경제계 인사를 대표로 선임한 것은 위기에 놓인 자선단체와 비정부기구(NGO)들이 경영 마인드를 운영에 접목시켜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적십자사는 최근 2억 달러의 적자에 시달려오다 워싱턴 본부의 직원 3000명을 상대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부실한 혈액 관리 실태가 드러나면서 사기가 바닥에 떨어졌고 방만한 운영으로 의회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2002년 이후 맥거번 씨를 포함해 대표가 7차례나 바뀌면서 지도력까지 크게 약화됐다.
적십자사는 맥거번 씨의 자금 모금 능력을 활용해 재정난을 최우선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