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인 2003년 5월 1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전쟁사에 기록될 만한 이벤트를 연출했다. 미 서부 해상의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에서 TV 카메라들이 갑판 위를 비추는 가운데 공군 전투기 한 대가 착륙했다. 이어 장병들의 환호 속에 조종사 복장을 한 부시 대통령이 전투기에서 내렸다.
그가 “이라크에서 주요 전투작전은 끝났다”고 선언하는 동안 그의 뒤에 내걸린 플래카드의 ‘임무 완수’라는 글자가 TV 화면 가득 클로즈업됐다. 이라크를 침공한 지 42일 만이었다.
그 후 5년. 당시의 ‘임무 완수’ 선언은 부시 대통령의 판단 착오와 이라크전 실정(失政)의 상징물처럼 여겨지며 조롱의 대상이 돼 왔다.
5주년을 하루 앞둔 30일 다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그 플래카드로 인해 대가를 치러야 했다. 부시 대통령은 문구가 더 구체적이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이벤트와 플래카드가 실책이었음을 인정했다.
2003년 가을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자 백악관 측은 “플래카드는 백악관과 상관없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전쟁의 임무 완수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링컨함이 10개월간의 작전을 마치고 귀환했다는 뜻이었으며, 링컨함 장병들의 요구로 건 것”이라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해명과 달리 이 플래카드를 제작하고 건 주체는 백악관이었음이 그 후 밝혀졌다.
지난달 말까지 이라크에서 숨진 미군은 4058명. 그중 3920명이 ‘임무 완수’ 선언 이후 숨졌다. 수만 명의 이라크인이 숨지고 수백만 명이 집을 잃었다.
5년 전 “느긋하게 승리를 즐기자”(USA투데이 칼럼), “부시는 영웅이다. 승전을 이끈 뛰어난 사령관이다”(MSNBC 방송)며 ‘임무 완수’ 선언을 축하했던 미국 언론들도 1일 “4월 한 달간 미군 전사자가 49명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최악”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