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출신 괴짜 정치인 런던시장에

  • 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44세 보리스 존슨 당선

언론인 출신의 ‘괴짜 정치인’ 보리스 존슨(44·사진) 의원이 3일 런던 시장에 취임했다.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영국 신문들은 보수당 소속으로 의회 경력 7년차인 존슨 의원이 1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3선 연임에 도전하는 노련한 좌파 정치인 리빙스턴(62) 전 시장을 꺾었다고 전했다.

방금 자고 일어난 듯한 더벅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미스터 존슨’보다는 ‘보리스’라는 퍼스트네임(성을 뺀 이름)으로 자주 불린다. 영국인이 퍼스트네임만으로 누구인지 아는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하나다.

직설적인 발언으로 자주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말실수로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솔직하다는 느낌을 줘 대중적인 인기도는 높은 편이다.

그는 선거기간 중 “신용카드만 한 휴대전화를 만드는 시대에 런던 지하철에 적합한 에어컨을 만들지 못하다니 믿을 수 없다”는 말로 8년 장기 집권을 해온 리빙스턴 전 시장을 공격했다.

그는 리빙스턴 전 시장이 도입해 런던 시민들의 불만을 산 교통혼잡세 체계를 대폭 수정하겠다며 리빙스턴 전 시장이 두 개 노선만 남기고 없앤 런던의 구형 이층버스 ‘루트마스터’도 현대적인 모습으로 되살리겠다고 공약했다.

노동자 계급 출신인 리빙스턴 전 시장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보수당 의원이었던 아버지와 화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립 명문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더 타임스의 수습기자가 됐으나 자신의 대부(代父)로 후에 옥스퍼드대 부총장이 된 콜린 루커스의 말을 잘못 인용해 쫓겨났다. 그 뒤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기자가 돼 유럽연합(EU) 특파원으로 필력을 날렸으며 부편집장까지 지냈다.

1999년 우파 성향의 정치잡지 스펙테이터의 편집장이 된 뒤 2001년 런던 헨리 지역구 의원으로 의회에 입성했다. 스펙테이터 편집장 시절엔 “무슬림이 아닌 사람이 코란을 읽어본 뒤 이슬람 공포증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글을 썼고, 노동당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면서 아프리카 어린이를 비하하는 ‘피커니니(piccaninny)’라는 말을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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