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끝내기 완승’ 쉽지 않을 듯

  • 입력 2008년 5월 5일 02시 59분


민주당 경선 막판 최대 승부처

인디애나주 등 2곳 내일 실시

‘라이트 목사 발언’ 영향 지지율 고전

힐러리 약진… 완전 중립파서 크게 앞서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경선 레이스의 종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인디애나 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 경선이 6일 실시된다. 관심의 초점은 대의원 84명이 걸린 인디애나 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꾸준히 강세를 보여온 노스캐롤라이나 주뿐만 아니라 인디애나에서도 명확한 승리를 거둘 경우 경선전은 사실상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만회하기 힘든 열세를 안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경선 포기의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말에 발표된 여론조사들은 힐러리 후보의 약진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인디애나대 등이 지난달 28∼30일 실시한 민주당 지지자 대상 조사에서 힐러리 후보는 52%의 지지를 얻어 오바마 후보를 7%포인트 앞섰다. 불과 2주 전 같은 조사에선 힐러리 후보가 45%, 오바마 후보 50%였다.

대의원 134명이 걸린 노스캐롤라이나는 오바마 후보가 9%포인트(라스무센 조사)∼16%포인트(조그비 조사)의 큰 차로 앞서고 있지만 이곳은 진작부터 오바마 후보의 텃밭이어서 여론의 관심은 인디애나에 쏠리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현상은 백인 블루칼라 계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오바마 후보의 노력이 곳곳에서 한계에 부닥쳤다는 징후가 나타나는 점이다.

AP통신의 최근 조사에서 대졸 미만 학력의 백인 가운데 53%가 오바마 후보에 대해 좋지 않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11월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최근 공개된 뉴욕타임스-CBS뉴스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오바마 후보가 경선에서 이길 것이란 응답이 51%로 한 달 전 조사 때에 비해 18%포인트나 급락했다. 오바마 후보는 지난 1주일 동안 담임목사의 활동 재개에 따른 파문으로 시달려왔다.

반면 힐러리 후보는 지난달 22일의 펜실베이니아 주 경선 압승의 여세를 등에 업고 ‘경제난을 풀 적임자’임을 강조하면서 중산층 이하 백인 근로자 계층의 지지를 넓혀왔다.

특히 힐러리 후보는 전통적으로 오바마 후보가 압도적 강세를 보여 온 무당적자층에서도 지지세를 넓히고 있다. 인디애나 주 민주당 성향의 무당적자층에선 47%로 오바마 후보와 동률을 기록했고 완전 중립파에선 56% 대 38%로 오바마 후보를 크게 앞섰다.

한편 3일 미국령 괌에서 실시된 코커스(당원대회)에선 오바마 후보가 2264표, 힐러리 후보가 2257표를 기록해 오바마 후보가 겨우 7표 차로 승리했다. 괌 자치령 주민들은 대선 투표권을 갖고 있지 않지만 8월 전당대회에는 각각 2분의 1표씩만 인정되는 8명의 대의원(4표)과 슈퍼대의원 5명을 참석시킬 수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민주-공화 모두 바꿔 열풍

‘킹 메이커’ 설자리 사라져

오바마의 웅변-힐러리의 메시지 표심 달궈

젊은층 참여 열기… 투표율 사상최고 예상

■ 달라진 미대선 관전포인트

2008년 미국 대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까지의 미국 대선과 명확히 다른 성격을 드러내는 선거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 후보 자격을 놓고 혈투를 벌이는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각각 ‘마이너리티’인 흑인과 여성이라는 점은 미국 대선의 성격 변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 역시 공화당의 보수 세력으로부터 끝없이 의심을 받아 왔던 ‘이단아’ 이미지가 강하다.

많은 미국 정치평론가들은 이를 미국 사람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된 일종의 ‘바꿔 열풍’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 공화 양당의 대통령 후보를 결정짓는 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킹 메이커’가 사라진 것도 대선의 달라진 양상 중 하나다.

1992년부터 8년간 미국을 이끌며 민주당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자타가 공인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입김부터 예전 같지가 않다.

오바마 후보가 민주당의 명문가인 케네디가(家)와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의 지지를 받고서도 2월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힐러리 후보에게 패한 점도 킹 메이커 쇠퇴의 현실을 보여준다.

‘웅변’이 표심을 좌우하는 점 또한 대선전의 흥미를 돋우는 감미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타고난 웅변가인 오바마 후보가 전국을 순회하며 쏟아내는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는 미국 전역을 검은 돌풍으로 몰아넣었다. 준비된 대통령을 자처하는 힐러리 후보의 ‘오전 3시 백악관 비상전화’ 메시지 역시 인구에 회자되며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젊은 유권자(young voter)의 정치 참여 열기도 예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미국 전체 유권자의 21%인 4400만 명으로 추산되는 18∼29세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오바마 후보 선전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선거 전문가들은 2000년 40%에서 2004년 49%로 늘어난 젊은층의 투표율이 올해는 60% 선까지 올라가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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