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멍거, 당신도 한국주식 살 거죠?”

  • 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찰리, 당신이 지금 10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죠. 미국 금융주와 한국 주식 중 어떤 걸 살 건가요?”

4일 오후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메리엇호텔에서 열린 워런 버핏(77)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찰리 멍거(84) 부회장의 기자회견장. 한 기자가 ‘미국 은행에 투자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묻자 버핏 회장이 갑자기 멍거 부회장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형식은 질문이었지만 미국 은행주식보다는 한국 주식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멍거 부회장도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 은행주보다는 한국 주식이 훨씬 더 가치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 투자의 달인들이 쏟아낸 ‘한국 예찬론’

전 세계 기자들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은 한국 기업과 주식에 대해 거침없는 예찬론을 펼쳤다.

버핏 회장은 “한국 증시는 여전히 세계에서 아주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라며 “한국 기업은 재무제표가 건실하고 재능 있는 경영자들이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기업들은 시가총액이 적어 버크셔의 기준(시가총액 100억 달러)에 못 미쳤기 때문에 버크셔는 포스코 주식만 매입했지만 개인적으로 다른 한국 주식을 추가로 산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멍거 부회장도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이고 그 뒤를 잇는 회사는 한참 뒤처져 있다”며 “한국 주식이 고평가됐다고 말한다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지난해 한국 주식을 추가로 살 계획이 있다고 밝혔던 버핏 회장은 실제로 더 샀는지를 묻자 “아마도 나중에…”라고 말해 아직은 사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반면 멍거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매입했다”면서도 구체적인 종목은 밝히지 않았다.

버핏 회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무역이 증가할수록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세계 1위 부자이지만 바뀐 것 없다”

올해 경제잡지 포브스의 발표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을 제치고 세계 1위 부자 자리에 등극한 버핏 회장은 소감을 묻자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찰리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멍거 부회장도 지지 않고 “(세계 1위 부자가 됐다고 해서) 새로운 존경심이 생기는 것은 없다”고 말해 다시 폭소를 자아냈다.

회사가 있는 인구 39만 명의 오마하에 사는 버핏 회장은 “1년 중 80%는 오마하에서 지낸다”며 “젊었을 때에는 뉴욕에서 일한 적도 있지만 나는 고향인 오마하가 훨씬 편하다. 여기에 있으면 훨씬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투자 원칙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시장에서)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찰리와 나는 원래 그런 방향의 천성을 타고난 것 같다”며 “주식이 폭락하면 우리는 ‘좋은 주식을 저가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투자철학은 한 해 실적이 좋았다고 어떤 회사를 매입하고 한 해 실적이 나빴다고 회사를 파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멍거 부회장은 “우리의 투자철학은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때로는 지겨울 정도”라며 “뭔가 복잡한 투자기법을 강의하는 사람들의 말에 절대 속지 말라”고 덧붙였다.

오마하(네브래스카 주)=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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