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권 확대案 통과될듯
남미의 최빈국 볼리비아가 부유층 밀집지역의 자치권 요구로 분열 위기에 처했다.
AP와 AFP통신은 볼리비아 동부 산타크루스 주가 4일 주정부의 자치권 확대 여부를 놓고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출구조사 결과 자치권 확대안이 85%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5일 보도했다.
산타크루스 주는 천연가스와 석유를 비롯한 각종 자원이 풍부해 볼리비아에서 경제가 가장 활성화된 지역으로 꼽힌다. 부농 가문들이 소유한 경작지와 여기서 나오는 작물의 양도 볼리비아에서 가장 많다. 경제력을 쥔 부유층은 “부의 재분배를 통해 빈민층을 구제하겠다”고 공언한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에 강한 반감을 표시해 왔다.
산타크루스 주의 자치권 확대 시도는 가난한 원주민들의 지지에 힘입어 좌파적인 정책을 추진해온 모랄레스 대통령 정권에 일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산타크루스 주 측은 “자치권 확대가 독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나 자치권 확대안은 각종 조세수입을 자체 재원으로 확보하며 연방정부에 버금가는 행정, 입법 기능과 경찰력까지 갖출 것을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베니, 판도, 타리하 등 3개 주도 다음 달 비슷한 내용의 자치권 확대안을 주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다른 주 2곳도 주민투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혀 모랄레스 정부에 등을 돌리는 부유 지역의 자치 요구가 연쇄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산타크루스 주의 자치안에 대해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볼리비아 연방정부는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날 주민투표에 반대하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찬성론자들과 충돌해 최소 25명이 다치기도 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