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수도 베이징(北京)을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국제금융 허브’ 도시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베이징은 지금까지 경제 중심 도시 상하이(上海)의 위상을 고려해 주로 정치 문화 중심으로서의 역할만 강조해 왔다. 따라서 이번 선언은 상하이 선전(深(수,천)) 등 기존 금융도시들의 위상 변화는 물론 아시아와 세계 금융의 판도에도 회오리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7일 신징(新京)보 등 중국 언론은 중국 공산당 베이징시위원회와 베이징 시정부가 베이징의 국제금융 허브화 청사진을 담은 ‘수도금융 발전 촉진에 관한 의견’이라는 문건을 작성해 최근 관련 부서들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베이징 시내 중심에 금융중심구와 부(副)중심구 하나씩을 육성하고 부도심과 외곽에도 각각 신흥 금융구 3곳과 배후금융기지 4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베이징에 선진적인 종합 금융이 가능하도록 기반시설을 갖춰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을 끌어들인다는 방안으로 이른바 ‘주차오인펑(築巢引鳳·새집을 만들어 봉황을 불러들인다는 뜻)’ 전략이다.
이를 위해 먼저 베이징의 심장부인 톈안먼(天安門)을 중심으로 은행 보험사 등 금융기관과 금융감독기관이 밀집한 진룽(金融) 가를 금융중심구로 육성하고 중국국제무역센터 등이 위치한 시내 동쪽 상업중심구(CBD)는 금융부(副)중심구로 만들어 세계 각국의 은행 보험 등 금융사와 금융기구가 들어서도록 할 계획이다.
중관춘(中關村) 등 3곳은 신흥금융기능구로 지정해 회사채 시장과 주식 장외교역 시장, 지적재산권 시장과 면화·석유 선물거래소 등의 자본시장을 육성하기로 했다.
또 차오양(朝陽) 구의 진잔(金盞) 구역 등 부도심과 교외 4지역은 배후금융기지로 건설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이 국제금융도시로 발돋움할 경우 현재 국제금융도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하이는 화둥(華東) 지역의 금융 중심으로, 선전과 홍콩은 화난(華南) 및 동남아 지역의 금융 중심으로, 톈진(天津)의 빈하이(濱海) 신구는 북방지역 금융 중심으로 기능을 분산해 베이징과의 기능 충돌을 방지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이미 선전에 본부를 둔 중신(中信)증권 등 금융사들이 본사를 베이징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자오훙(趙弘) 소장은 “베이징은 실제로는 이미 국가금융정책과 금융관리, 금융정보의 중심”이라며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거시조정 중심으로서 베이징의 금융업 발전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