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환율, 달러에 연동된 탓
최근까지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그는 생필품 가격은 치솟는데 임금은 오르지 않자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숨비르 씨는 “기존에 책정된 하루 식비 6.5디르함(약 1750원)으로는 살 수가 없다”면서 “매달 본국으로 송환하는 돈도 크게 줄어들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두바이 제벨알리 발전담수 현장의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 김시의 부장은 “중급 기술자들은 2년 전보다 2∼3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일부 고급기술자는 유로화로 임금 지급을 원하고 있어 인력 수급이 매우 어렵다”고 털어놨다.
생필품 6개월새 40∼60% 치솟아
고유가로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할 중동 산유국들이 치솟는 물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와 카타르는 2007년 소비자물가가 각각 10.9%와 13.6%씩 상승했다. 전체 인구의 약 90%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더욱 심각하다.
이들은 자국민의 높은 소득 수준에 비해 임금이 형편없이 낮기 때문. 두바이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 중인 차정도 씨는 “밀가루와 설탕 계란 등의 생필품이 최근 6개월 사이에 40∼60% 상승했다”고 말했다.
중동의 급격한 물가 상승은 이들이 자국 환율을 미국 달러화에 고정시킨 ‘페그(Peg)제’를 채택한 상황에서 달러의 약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료품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중동 산유국들이 자국의 화폐가치 하락으로 국제 곡물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이 때문에 중동에서 공사를 수주한 한국 건설업체나 개발사업에 뛰어든 중견 주택업체들도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최근 1년 사이에 2∼3배나 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총공사비에 반영되지 않은 데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기존보다 2∼3배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견주택업체들이 한국식 모델하우스를 지어 현지인들에게 분양한 것도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처음 보는 판매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막상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모델하우스와 같은 마감재 등을 사용해서는 수익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민형 박사는 “중동에서 직접 개발사업에 뛰어든 한국 업체들이 약속과 다른 상품을 내놓아 신뢰를 잃는다면 후속 업체들이 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두바이·카타르=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