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 결과 독일 국민 과반수는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피해국인 이스라엘에 대해 역사적 책임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8일 보도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이스라엘 건국 60주년(5월 8일)을 맞아 18세 이상 독일 국민 123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에서 ‘독일이 이스라엘에 대해 특별한 책임을 갖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절반을 넘는 53%가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역사적 책임을 인정한 응답자는 40%에 불과했다.
특히 젊은 층에서 역사적 책임을 부정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30대 응답자의 65%가 ‘독일은 이스라엘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대답했다. 6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도 독일의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는 비율이 48%로 나타나 절반을 넘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는 상황을 가정한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81%가 독일군을 파병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파병에 찬성하는 비율은 13%에 그쳤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받을 경우 재정적 지원만 하면 어떻겠느냐는 설문에도 반대(57%)가 찬성(35%)을 압도했다.
이에 앞서 올해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을 방문해 홀로코스트에 대해 공식 사죄했다. 특히 그는 이스라엘 의회에서 “독일은 절대로 이스라엘을 포기하지 않으며 진정한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연설해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 의회에서 홀로코스트 책임을 인정한 것은 1965년 국교 수립 이후 43년 만에 처음이었다. 독일의 공식적인 견해는 독일의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이스라엘 존속을 지지하는 것이지만 일반적인 독일 국민의 태도는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과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슈피겔은 이번 조사의 의미를 분석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