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표요정 센바킷초 망신살

  • 입력 2008년 5월 9일 02시 59분


센바킷초 유키 사장이 7일 그룹 소속 요정 4곳에서 손님이 남긴 음식을 재활용해 온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센바킷초 유키 사장이 7일 그룹 소속 요정 4곳에서 손님이 남긴 음식을 재활용해 온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손님 먹다 남긴 음식 “아깝다” 재활용 들통

일본의 전통 있는 고급 요정에서 수년간 손님이 물린 상의 음식을 다른 손님의 상에 재활용해 온 사실이 밝혀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문제의 요정은 오사카(大阪) 시와 후쿠오카(福岡) 등지에서 4개의 점포를 운영해 온 센바킷초(船場吉兆). 1인당 식대가 4만 엔(약 40만 원)가량인 고급 요정이다.

7일 유키 사치코(湯木佐知子·71) 사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고개를 숙이자 ‘설마’했던 일본인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유키 사장은 “남편인 유키 마사노리(湯木正德) 전 사장이 ‘못타이나이(아깝다)’ 정신에 따라 식자재가 부족한 경우 등에 음식을 재활용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손님이 손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생선구이를 다시 구워 내놓거나 손님이 먹다 남긴 회를 모둠회로 만들어 다른 손님에게 제공해 왔다. 이런 행위는 4개 점포에서 모두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유키 사장이 머리를 깊숙이 조아려도 일본인 대부분은 사죄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센바킷초가 지난해 11월에도 쇠고기 산지 위장으로 적발돼 휴업했던 데다가 이번에도 내부고발로 파문이 확산된 뒤에야 기자회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유키 사장은 세 번 기자들 앞에 섰다. 처음에 “본점 외에 다른 곳에서는 이런 일은 없었다”고 강조한 뒤 들어갔다가 담당 변호사가 “하카타(博多)점에서도 있었다고 한다”고 하자 보도진 앞에 다시 등장해 “다른 가게에서는 없었다. ‘손대지 않은 요리’와 ‘먹다 남긴 음식’은 다르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1시간 뒤 하카타점의 점장이 다른 3개 점포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고 밝히자 “다른 점포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지난해 쇠고기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센바킷초 경영진은 파트타임 종업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의 대응으로 빈축을 샀다.

일본인들에게 ‘깃초’라는 이름의 의미는 남다르다. 1930년 창업자인 유키 데이이치(湯木貞一·1997년 사망) 씨가 오사카에 가게를 연 뒤 1970∼90년대엔 도쿄에서 세계 정상회의가 열릴 때마다 일본요리를 담당할 정도로 일본을 대표해 온 요정이기 때문. 문제가 된 센바킷초는 1991년 5개로 나눠 창업자의 네 자녀가 각기 계승한 ‘깃초’그룹 가운데 3녀 부부가 맡은 그룹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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