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의 전략무기가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등장했다. 러시아군은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을 맞아 전략무기의 핵심인 대륙간탄도미사일 토폴-M과 장거리 폭격기 Tu-160 등 전략무기를 군사 퍼레이드에 동원했다. 토폴-M 미사일은 바퀴 16개가 달린 트럭에 실려 사열대 앞을 지나갔다. 발사 장소를 옮길 수 있는 이동식 미사일인 토폴-M의 사거리는 1만1000km로 최대 6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이 통과한 뒤 붉은 광장 300m 상공에서는 전략폭격기인 Tu-160이 크렘린 주변 건물을 스치듯 지나갔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이 폭격기는 핵무기를 싣고 최대 1만4000km를 날아갈 수 있다. 지상군의 T-90 전차 부대가 지나간 모스크바 도로에는 캐터필러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수송기인 An-124가 통과할 때에는 요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붉은 광장 사열대 중간에 나란히 서서 군사 퍼레이드를 지켜보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를 옛 소련 붕괴 이후 위축됐던 러시아군의 부활을 알리는 ‘선전용’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푸틴 총리가 대통령으로 집권했던 지난 8년과 메드베데프 신임 대통령의 임기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전략무기를 동원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앞서 러시아 정부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 무관 3명을 강제 추방하고, 그루지야 국경지대에 병력을 증원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잠수함 비밀기지 건설-핵전력 현대화에 박차
중국이 최근 핵무기 체계의 현대화에 나서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9일 군사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베이츠 질 소장은 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 학술회의에서 “중국이 핵능력의 현대화 및 개량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핵잠수함 기지 건설과 미사일 다탄두화 등 유연한 핵무기 운송체계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00∼2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한 중국의 핵능력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다른 핵보유국과 비교할 때 가장 뒤떨어진 수준”이라며 “현재의 능력으로는 잠재적 적국의 선제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중국 군부가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질 소장은 “중국의 핵무기 현대화 작업은 정확도와 기동력 강화에 초점을 둬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중국이 하이난(海南)에 건설하고 있는 핵잠수함 기지가 선제공격에 대한 중국의 대응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영국 언론은 중국이 하이난 섬 싼야(三亞) 부근에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20척을 배치할 수 있는 대규모 비밀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도 최근 이를 시인했다. 또 질 소장은 핵능력 현대화에 나선 중국이 앞으로 국제사회의 무기 규제나 군축활동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할지는 미지수지만 현재로서는 국제협약을 무시하던 과거와는 정반대로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