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호인력의 사이클론 나르기스 피해 현장 접근을 거부하는 미얀마의 관리들이 구호품을 빼돌려 이익까지 챙기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국제사회의 분노를 사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3일 현지에서 활동 중인 자원봉사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양곤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얀마의 한 기업인은 “관리들이 ‘우리가 구호품을 나눠줄 테니 맡기라’고 종용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쌀을 넘기면 10부대 중 4부대 남짓만 피해자들에게 전달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최근 쌀값 폭등에 따라 식량 판매로 큰 이윤을 챙길 수 있는 점을 노려 관리들이 구호품에 탐을 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장 구호팀들은 쌀과 비스킷, 의류 같은 구호품들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구호물자들을 방수막으로 덮어 가린 채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정은 사이클론 피해 발생 이후 자력으로 피해자 구호와 관리를 할 수 있다며 국제 구호인력의 입국을 막으면서도 구호품은 받겠다고 밝혀 비난을 받아왔다.
한 관리는 “국제적십자사 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의 접근을 막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12일 미군이 비행기로 수송한 물과 담요, 모기장 등이 양곤에 도착했지만 미얀마 정부는 “최대한 빨리 피해지역에 전달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이번 주 안으로 도착할 프랑스의 구호미 1500t도 제대로 분배될지 불투명하다.
텔레그래프는 “취재진이 3시간 반 동안 차를 타고 피해가 가장 심한 이라와디 지역을 돌아봤지만 정부로부터 구호품을 전달받은 마을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이런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며 “미얀마 정부의 비협조로 200만 명이 굶주림과 질병에 직면한 상황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날 CBS 뉴스 인터뷰에서 “미얀마 군정은 고립돼 있거나 (국민들에게) 무정하거나 둘 중 하나”라며 “느린 대응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지 알 수 없다”고 맹비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