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日대사 도착시간 등 사전 공지
국민여론 심각성 감안한 이례적 조치
日대사, 쏟아지는 질문에는 침묵 일관
형식적 악수… 굳은 표정… 시종 ‘찬바람’
정부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표기하기로 했다는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19일 기민하게 대응했다.
독도 영유권과 일본 교과서 문제는 국민 여론이 크게 요동치는 폭발력 강한 사안이란 점을 감안한 듯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招致)했다. 외교부는 시게이에 대사의 외교부 청사 도착 시간과 사진 촬영 장소 등을 미리 공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초치를 할 경우에도 상대국 대사를 촬영할 수 있도록 미리 알리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이번 사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오전 10시 45분경 외교부 청사에 도착한 시게이에 대사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굳은 얼굴을 한 채 입을 열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17층 장관 접견실에서 진행된 면담에서도 시종 냉랭한 분위기가 흘렀다. 유 장관과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 등 우리 측 인사 3명과 시게이에 대사 등 일본 측 인사 3명은 사진 촬영이 허용된 10여 초 동안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유 장관과 시게이에 대사는 형식적인 악수를 나눴을 뿐 언론 앞에서 하는 짧은 인사말조차 생략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은 17분 만에 끝났다.
면담이 끝난 뒤 문 대변인은 유 장관이 시게이에 대사에게 “보도 내용이 사실일 경우 ‘영유권 훼손 기도’에 해당한다.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강경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시게이에 대사는 “일본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은 방침이 정해진 바는 없다”며 “한국 정부의 입장을 조속히, 충실하게 본국에 보고하겠다”고 했다고 문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정부는 18일 요미우리신문이 관련 내용을 보도한 직후 주일 한국대사관을 통해 일본에서 보도 내용과 같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음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강경 대응하는 사안이 일본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니란 점에서 ‘너무 나갔다’는 지적도 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은 있지만 그렇다고 발표가 아닌 언론 보도 상황에 대해서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거나 일본에 항의한 적은 없는데…”라고 우려했다.
2006년 3월 반기문(현 유엔 사무총장) 당시 외교부 장관이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강력한 유감과 항의를 표명했을 때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명백하게’ 고교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땅’이란 내용을 명기할 것을 출판사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 대통령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강조한 것과 이번 사건이 결부되지 않도록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초치(招致)::
‘항의나 유감의 뜻을 표명하기 위해 불러서 오도록 한다’는 뜻으로 외교가에서 주로 쓰인다. 그동안 독도,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으로 몇 차례 주한 일본대사가 외교통상부로 초치된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