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애니메이션 거장 伊 브루노 보제토 방한

  • 입력 2008년 5월 22일 02시 55분


“풍자소재는 주로 신문보며 찾아

요즘은 세상이 내 만화보다 웃겨”

“주로 신문을 보며 풍자 소재를 찾습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이 바보같이 굴러가니 애니메이션보다 기사 자체가 더 웃기더군요. 기자들이 제 작업의 소재까지 빼앗아 가고 있다니까요.(웃음) 한국도 그런가요?”

이탈리아 출신의 풍자 애니메이션의 거장 브루노 보제토(70·사진)가 21∼25일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 참석차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보제토의 작품 13편이 상영된다. 20일 서울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가벼운 농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디즈니의 ‘판타지아’를 패러디한 대표작 ‘알레그로 논 트로포’ 때문에 ‘안티 디즈니’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던 그는 “다른 방식으로 ‘판타지아’에 대한 찬사를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라고요? 일종의 거리 두기에서 오는 하나의 관점일 뿐입니다. 항상 뭔가를 의식하고 메시지를 전하려 하진 않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그걸 요구할 뿐이죠.”

그는 2000년 이후부터 유투브에서 인기를 끈 ‘이탈리아 대 유럽’ 등 플래시 애니메이션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TV 시리즈로 제작되는 3차원(3D) 애니메이션인 ‘사이코빕(Psicovip)’을 만들고 있다.

1958년 ‘타품! 무기 이야기’를 통해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단편 ‘미스터 타오’로 1990년 베를린 영화제 단편부문 최고상을 수상했으며 1991년 ‘베짱이들’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펜을 들어 긴 선 위에 점 하나를 찍었다. “제겐 긴 선에 해당하는 부분이 이야기이고 나머지 점은 영상입니다. 그런데 요즘 작가들은 그 반대예요. 화려한 스펙터클이 이야기를 압도하니 작품을 보고도 남는 게 없죠.”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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