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둔 오바마 의원의 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자동차 노조를 포함한 백인 블루칼라 계층의 지지가 필요한 그로서는 자국 노동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법하다. 그러나 이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한미 양국이 FTA에 합의한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자유무역의 과실(果實)을 공유함으로써 양국의 윈윈은 물론이고 세계의 번영과 평화에 기여하자는 뜻에서였다.
부시 대통령은 작년 4월 FTA 협상이 타결됐을 때 “양국 국민의 승리”라고 했다. 한미를 막론하고 특정 집단이나 세력의 이익보다 전체 국민의 후생(厚生)이 먼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나아가 “한미 FTA는 아시아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해온 한미 간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더욱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동맹에 경제동맹의 성격이 보태짐으로써 한미관계가 21세기형으로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는 기대감의 표시였다.
오바마 의원은 한미 FTA의 이런 의미를 무시한 채 미국 대통령이자 세계의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가. 그는 미국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자유무역보다는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시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선호해 왔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성사시켰고, 1996년 대선에서 거뜬히 재선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 미국 국민은 당시 상당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NAFTA를 밀어붙인 클린턴 전 대통령의 통찰력과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바마 의원의 FTA 반대 발언은 한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어 더욱 유감스럽다. 벌써 야권 일각에선 “공연히 쇠고기만 내줬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가 한미 FTA 비준에 대한 국회 동의를 서둘러 받으려는 이명박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겨우 복원되고 있는 한미동맹 관계에 다시 상처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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