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권도 중요” 기고등 부시 노선과 차별화
‘핵무기 빨리 최소화’ 러와 군축 협상 약속
‘가까이, 그러나 너무 가깝지는 않게.’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7일 밤 애리조나 주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함께 선거자금 모금을 위한 후원회에 참석했다.
대선전 개막 이래 부시 대통령이 여당 후보를 위한 모임에 참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그러나 행사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고 사진촬영도 금지됐다. 인기도가 최저인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비치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매케인 캠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도움을 받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매케인 캠프의 전략은 북한 핵 문제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매케인 의원은 이날 낮 콜로라도 주 덴버대에서 외교정책에 관해 특별연설을 하면서 서두에 안보정책의 최대 과제로 ‘핵무기 확산 방지’를 꼽고 곧바로 북한을 언급했다.
“존 F 케네디는 ‘불안정하고 무책임한 나라들의 손에 핵무기가 들어갈 경우 인류에게 안식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그 경고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들려온다.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있으며 독재자 김정일은 핵실험을 통해 여러 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게 거의 확실하다.”
이어 그는 “북한은 핵과 미사일 기술을 시리아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 나눠주고 있다”며 “북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도록 폐기(CVID)시키는 게 핵심적인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 핵 문제를 언급한 뒤 “일부는 미국 대통령이 평양이나 테헤란의 지도자와 마주 앉는 게 핵 프로그램을 종식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인 것처럼 말한다”며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이들은 군사적 행동으로 우리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그 자체로 끔찍한 위험을 수반한다”며 “군사력 사용이 필요할 수 있으나 이는 오로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매케인 의원은 27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과 28일자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조지프 리버먼 상원의원과 공동 기고한 글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의 틀이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한미일 정책조정그룹 등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한국인 및 일본인 납치 문제, 북한 인권 문제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케인 의원이 북한에 대해 선명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오바마 후보와 각을 세우되 부시 행정부와도 차별화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매케인 의원의 대북 정책은 공화당 정통 보수파의 견해와 맥을 같이한다.
부시 대통령은 집권 1기 초기에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강경론에 기울었다가 차츰 “양자 협상은 안 되지만 6자회담은 좋다”며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는 쪽으로 바뀌었고 2007년 초부터는 인권, 납북자 문제 등은 후순위로 미룬 채 핵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매케인 의원의 대북정책 차별화는 워싱턴에 팽배한 보수파의 비판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지만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 역시 CVID를 강조하고 있고 6자회담 틀 내의 진전은 보수파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등이 구체적 이슈가 되면 차별화 시도가 더욱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매케인 의원은 27일 “가장 신속하게 핵무기를 가장 적은 수로 줄이겠다”며 핵 정책의 전면 재검토 및 러시아와의 과감한 군축 협상을 약속했다. 그는 이날 외교정책 발표와 관련해 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