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라면 한가했을 시간대였지만 극장 안은 긴 줄로 북적였다. 이날 미국 전역에서 개봉된 영화 ‘섹스 앤드 더 시티(Sex and the City)’ 표를 사려는 관객이 한꺼번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간대는 이미 매진이었다. 유일하게 남은 표가 31일 오전 1시 반에 시작하는 심야시간대였다.
○ 인디아나 존스 제치고 흥행 1위
‘섹스 앤드 더 시티’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을 넘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개봉 첫날인 30일 하루 동안 미국과 캐나다에서 ‘섹스 앤드 더 시티’ 흥행실적은 2700만 달러(약 270억 원)로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제치고 단숨에 흥행 1위로 올라섰다.
이처럼 열기가 뜨거운 것은 여성 관객들의 호응 때문. 드라마 방영 당시부터 ‘섹스 앤드 더 시티’는 일하는 여성들이 사회적 통념과 부닥치며 느끼는 고민들을 가려운 데 긁듯 짚어내 인기를 끌었다. 여자 주인공들은 적극적인 반면 남성들이 여성의 은밀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주변 도구’ 정도로 그려진 점도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한 요소로 평가된다.
30일 AMC 링컨 스퀘어 극장에 온 관람객도 80% 이상이 여성이었다. 극장에서 만난 제시카 존스(25·여) 씨는 “여자 친구 10명이 함께 영화를 관람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4주 전에 예약을 했다”고 말했다.
○ 1500만원 짜리 관광 패키지도
영화를 활용한 상품 마케팅도 활발하다. 캐리가 ‘빅’과의 결혼을 앞두고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장면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제공한 드레스가 수십 벌 연이어 등장했다.
영화사 측은 메르세데스벤츠, 스카이보드카 등 8개 회사와 계약하고 영화에 이들 회사의 제품을 ‘출연’시켰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