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스로를 새롭게 인식했다.” 중국 신화(新華)통신이 발행하는 국제시사지 궈지셴취다오(國際先驅導)보는 9일 쓰촨(四川) 성 원촨(汶川) 현 대지진 발생 한 달을 돌아보는 기획기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중국인들은 유례없는 단결력과 자원봉사 정신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학자들이 이번 지진으로 13억 중국인들이 잃은 것 못지않게 얻은 것이 많다고 분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장기적으론 경제 부양 효과
국무원 지진구재 총지휘부에 따르면 10일 낮 12시 현재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6만9146명, 실종자는 1만7516명이다. 부상자는 37만4072명. 이재민은 쓰촨 성 주민(8127만 명)의 12.3%인 1000여만 명이다.
피해 면적은 10만 km²로 남한 면적(9만9853km²)보다 크다. 직접적인 경제손실액만 5000억 위안(약 75조 원)으로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24조9530억 위안)의 2%에 해당한다.
이번 지진은 인명피해로 따지면 최근 100년간 발생한 중국 지진 중 세 번째이나 피해 면적이나 산업 손실로 따지면 최대 참사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지진 참사 초기에 중국의 연간 GDP 성장률이 0.4∼0.7%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지진의 경제적 영향은 올해 초 폭설 피해(약 1516억5000만 위안)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복구를 위한 투자를 감안하면 되레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될 수도 있다는 것.
펑페이(馮飛)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산업경제연구부 부장은 “장기적으로는 지진이 수요와 투자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경제성장 속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 상상 뛰어넘는 정치사회적 소득
중국 학자들이 더욱 주목하는 것은 지진의 경제적 영향보다 지진을 통한 중국의 정치사회적 변화다.
이번 지진은 13억 중국인을 한데 묶고 민족주의 정신을 고양시켰다. 중국 지도부가 수십 년에 걸쳐 노력해도 하기 힘든 일을 한 차례 지진이 이뤄낸 것이다.
중국인들은 지진 발생 후 전 국민이 함께 애통해하고, 사상 최고의 성금을 내고, 자원봉사자로 발 벗고 나서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스스로도 놀랐다. 남의 불행을 못 본 체하는 것이 중국인에 대한 통념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지진이 중국 내에서 권리와 의무를 똑같이 강조하는 시민사회의 비약적 성장을 가져왔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는 신속한 구조와 정보 공개, 기업은 자선과 출연, 민간조직과 시민은 애도와 자원봉사를 통해 그동안 권리에만 집착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각자 맡은 바 책임을 다했다는 것이다.
중앙사회주의학원 정치학 교연실(敎硏室)의 왕잔양(王占陽) 주임은 “이번 지진은 중대한 사회 진보의 길을 터줬다”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분야로 행정 효율, 정신 혁명, 인도주의, 정보 공개와 투명 행정, 재정 개혁, 반(反)부패, 국제 및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등 7개 분야를 제시했다.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 독립 유혈시위, 성화 봉송 저지, 각종 대형사고, 인권 등 서방의 압력으로 궁지에 몰린 중국 지도부를 지진이 일거에 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 복구는 아직 먼 길
국무원 지진구재 총지휘부는 지진 발생 16일째인 지난달 27일 구조 체제를 복구 위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한 달이 다 된 지금도 이재민을 위한 천막조차 턱없이 모자란다. 1000여만 명의 이재민들에게는 300만 개의 천막이 필요하지만 10일 현재 공급된 천막은 100만1600개에 불과하다.
지진으로 생긴 34개의 언색호(堰塞湖) 가운데 27개는 아직도 붕괴 위험에 처해 있다. 이재민들에게 공급될 영구주택은 3년 뒤에나 완성된다. 2만741개 지진 피해 기업 중 20%가량은 아직도 조업 재개를 못하고 있다.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유족들이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 정상생활을 영위하는 데는 최장 2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도와주느냐에 따라 회복 기간은 달라진다”며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