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發 ‘조용한 혁명’…신자유주의 정책 봇물

  • 입력 2008년 6월 13일 02시 58분


취임 한 달을 넘긴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정부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11일 러시아 언론 총회에 참석해 “인권과 언론자유, 법치주의의 개선은 자유롭고 책임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데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7일 취임한 뒤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언론이 부패 관료의 비리를 고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DPA통신 등 외국 언론들은 “인권과 자유의 강조가 결국 수사에 그칠지 몰라도, 일단 신임 대통령의 행보로서는 전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크게 달라 보인다”고 보도했다. 푸틴 총리는 대통령 집권 8년 동안 러시아 인권과 언론 탄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귀를 닫아 왔다.

그러나 현재 상왕(上王) 역할을 하고 있는 푸틴 총리는 한편으로 경제계에 부는 ‘자유의 바람’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푸틴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고리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제포럼에서 “정부가 경제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공기업 임원을 전문 경영인으로 바꾸고 중소기업에 대한 규제도 풀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푸틴 총리도 ‘대기업에 대한 세금과 부가가치세를 내리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러시아 전·현직 고위 관료들도 이 같은 ‘크렘린발(發)’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장구를 치는 모습이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 집권 당시 핵심 브레인 역할을 했던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 통합전력시스템(UES) 사장은 4일 “앞으로 신자유주의라면 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신자유주의 정책이 제2의 도약을 위한 불가피한 요소라고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축적한 오일머니 7000억 달러를 산업 다각화와 지방 개발 등을 통해 성장의 기폭제로 활용하겠다는 야심을 나타내고 있다. 오일머니 5600억 달러를 쏟아 부어 도로 통신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할 계획도 밝힌 상태다.

그러나 곳곳에 잠복한 부패와 관료주의 등 복병을 없애지 않을 경우 오일머니가 한순간에 증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크렘린은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 차이카 러시아 검찰총장은 “부패한 관료들이 정부 예산의 3분의 1을 착복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거대 석유 에너지 기업들은 융성하지만 러시아 중소기업들은 과도한 규제 속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파은행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나탈리아 오를로바 씨는 “고유가 시대에 축적된 구조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시민사회의 자유와 민간기업의 자율을 골자로 한 신자유주의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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