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국민투표 부결 원인은?

  • 입력 2008년 6월 14일 00시 06분


유럽연합(EU) 리스본 조약을 부결시킨 "13일의 금요일."

리스본 조약의 찬반을 묻는 아일랜드 국민투표 결과가 13일 '부결'로 나옴에 따라 아일랜드는 EU 27개 회원국의 정치적 통합을 저지한 반 유럽 국가라는 지탄을 면치 못하게 됐다.

리스본 조약이 부결된 데는 예상보다 낮은 45%의 투표율이 크게 작용했다. 강한 신념을 가진 반대파들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투표 참가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반대 진영은 리스본 조약이 ▲아일랜드의 군사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만장일치제를 다수결로 바꿈으로써 유럽 내 아일랜드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EU 세제 단일화로 국내 세제가 타격을 받고 ▲가톨릭 국가로서 낙태권이 약화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백만장자 사업가인 드클랜 갠리가 이끄는 싱크탱크 리버타스 연구소는 130만 유로를 쓰며 리스본 조약 반대운동을 이끌었고, 정치권에서 가톨릭 정당 신페인당과 사회당이 이에 합세했다.

이번 국민투표 부결의 최대 원인은 무엇보다 호황을 누리던 경제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 있다.

아일랜드 실업률은 이번 주 수 십 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유가와 식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국민의 마음을 위축시켰다.

뇌물 스캔들로 지지율이 떨어진 버티 어헌 전 총리는 지난 4월 리스본 조약의 부결을 우려해 브라이언 코웬에게 총리 자리를 물려주며 퇴진했지만, 이미 정부에 대한 지지도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일랜드 유권자들이 리스본 조약의 지지를 촉구하는 정치 지도자들을 신뢰하지 않고 외면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리스본 조약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은 부차적 문제였다고 코웬 총리는 말했다.

그러나 BBC 기자는 유권자들이 리스본 조약의 실체를 잘 이해하지 못해 무조건 반대표를 행사한 것 같다며 정치권이 국민 설득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4억9천만 명에 이르는 EU 전체 인구의 장래를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소국 아일랜드 국민에게 떠맡긴 데 대한 분노심도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리스본 조약이 결함이 있는 조약이기 때문에 리스본 조약을 부결시킬 책임을 떠맡을 희생양으로 아일랜드를 택했다고 일부 아일랜드 사람들을 불평하고 있다.

최근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이 "리스본 조약 부결 시 첫 번째 희생자는 아일랜드인이 될 것"이라며 "아일랜드는 EU로부터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렸다"고 말한 것도 리스본 조약에 대한 반감을 부채질했다.

특히 아일랜드 경제 기적의 혜택을 입지 못한 여성, 젊은이, 농촌 주민, 빈민층이 리스본 조약에 반감을 드러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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