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IT기업 ‘정보 홍수’ 공동대응

  • 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8분


MS 인텔 등 ‘디지털 폭식’이 생산력 저하 인식

“기업들 스스로 창조해놓은 괴물과 맞서야 할때”

생산력 향상과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e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이 생산력을 떨어뜨리는 아이러니를 막기 위해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소매를 걷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14일 “직원들의 ‘디지털 폭식’을 줄이는 것이 곧 돈을 버는 것이라는 점을 기업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해결책을 만드는 기업들은 현재의 디지털 시스템을 만들어 낸 바로 그 주인공들”이라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구글, IBM 등 미국의 IT 업체들은 디지털 정보의 홍수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주 ‘정보 과부하 연구그룹(IORG)’이라는 비영리 연구단체를 만들었다. 다음 달 뉴욕에서 첫 모임을 가질 예정인 이 연구단체는 ‘정보 홍수에 뒤따르는 부작용의 기술적 문화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 목표다.

IT 기업들은 직원들의 정보 기술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9월부터 300여 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 오전 4시간 동안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는 ‘정숙시간(Quiet Time)’ 제도를 실험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실험에 참가한 직원들 대다수는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정숙시간 제도 시행 후 생산성과 창의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으며 이를 회사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인텔은 또 매주 금요일을 ‘e메일 없는 날’로 정해 직원들 간 e메일을 주고받는 대신 직접 대화를 하도록 독려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구글도 지난주부터 15분 동안 직원들의 e메일 접속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시간에 e메일을 클릭하면 컴퓨터 화면이 회색으로 변하면서 “산책이나 식사를 하든지 아니면 일을 하세요”라는 문구가 뜬다.

IBM은 디지털 ‘홍수’를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IORG에 참여하고 있는 리서치 회사인 ‘바섹스’의 조너선 스파이러 수석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은 자기들이 스스로 창조해 놓은 괴물과 상대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디지털 기술 의존도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수치화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바섹스는 “e메일 등으로 집중력을 방해받아 생기는 손실비용이 미국에서만 연간 6500억 달러(약 678조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컴퓨터 이용 습관을 연구하는 회사인 ‘레스큐 타임’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IT 종사자들은 하루 평균 40개의 웹 사이트를 방문하고 50번 이상 e메일을 검색하며 77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낸다”고 분석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