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하형 지진… 산 하나 통째로 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8분



짧은 지진파 - 산악형 건축공법 영향, 인명 - 건물 피해 적어

■ 日 규모 7.2강진 강타

‘산이 무너지고 길이 사라졌다.’

리히터규모 7.2의 강진이 일본 도호쿠(東北) 산간지방을 뒤흔들어 놓은 다음 날인 15일 일본 열도는 지진의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가 크지 않다는 점에 안도하면서도 속속 드러나는 피해 규모에 놀라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진앙에 가까운 미야기 현 구리하라(栗原) 시에서는 산 하나가 주저앉아 아예 사라졌다. 피해지역 곳곳에서 도로와 다리가 무참하게 끊겨나갔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지진 당시 도로변에서 낙석 방지 작업 도중 흙더미에 깔리거나, 운전 중 산사태에 휩쓸려 변을 당했다. 지진에 놀라 거리로 뛰쳐나갔다가 지나가던 트럭에 치여 사망한 피해자도 있다.

구리하라 시의 산 중턱에 있는 온천 여관에서는 산사태로 등산객과 종업원 등 7명이 매몰됐다. 15일 오후 3시경 이 중 3명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나머지 매몰자에 대한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지진은 지각판이 상하로 흔들리는 이른바 직하형 지진으로 전문가들은 판끼리 부닥쳐 한쪽 단층이 올라가면서 일어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쓰쿠바(筑波)대 야기 유지(八木勇治) 교수는 “지진을 일으킨 단층은 깊이 30km, 폭 10km가량으로 약 10초에 걸쳐 최대 4m가 어긋났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지진의 규모는 1995년 6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신(阪神) 대지진과 같고 지난해 사망자 15명, 부상자 2300여 명의 피해를 낸 니가타(新潟) 지진(리히터규모 6.8)보다 크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주택 등 건물 피해는 15일 현재 40여 채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신 대지진 때는 25만여 채, 니가타 지진 당시에는 7000여 채가 붕괴됐다.

전문가들은 △지진파가 건물이 붕괴되기 쉬운 1.5초보다 짧은 1초였으며 △춥고 눈이 많은 도호쿠 지방 특유의 건축공법 때문에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분석했다. 이 지방 사람들은 눈이 쌓이지 않도록 가벼운 철판 지붕을 사용하고 한파 대책으로 창문이나 출입문을 작게 만든 것이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일본 건축기본법은 리히터규모 7의 강진에도 붕괴되지 않도록 모든 주택이 내진설계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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