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정도가 구조조정을 당할 것 같다. 역시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다.” (5월 28일)
“출근했더니 내 작업복이 없어졌다. 그만두라는 소리인가.”(6월 5일)
10일 일본 도쿄(東京) 도심 아키하바라(秋葉原)에 트럭을 몰고 진입한 뒤 칼로 행인들을 무차별 공격한 가토 도모히로(加藤智大·25). 그가 휴대전화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 곳곳에는 비정규직이라는 불안감과 ‘여자친구도 사귈 수 없다’는 자괴감이 엿보인다.
주니치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들은 20대의 비정규직 문제와 고용불안이 사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토는 자동차 관련 전문대를 졸업한 뒤 인재파견회사가 파견하는 대로 자동차 공장과 관련업소를 전전했다.
파견사원이란 근로자가 인재파견회사와 계약을 하고 단기 또는 장기로 다른 회사에 파견돼 근무하는 것을 뜻한다. 일본 근로자의 33%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중 파견사원의 비율은 매년 빠르게 증가해 1996년 72만 명에서 2006년에는 321만 명을 돌파했다.
파견을 중개하는 ‘인재파견회사’는 2006년 5만 개를 훌쩍 넘어섰고 파견사원을 고용하는 회사와 영업장도 86만 개가 넘었다.
이렇게 파견사원이 늘어나게 된 것은 1985년 노동자파견법이 제정되면서부터. 일본 정부는 ‘고용 다양화’라는 명분으로 파견법을 마련한 뒤 2003년 파견 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이후 단순 노무직뿐 아니라 사무직, 소프트웨어와 같은 업종까지 파견사원의 비율이 높아졌다.
일본 인재파견협회는 홈페이지에서 파견사원이 많아진 이유에 대해 ‘거품경제가 붕괴된 뒤 다양한 형태의 고용을 선호하게 된 기업과 단기 근무를 선호하는 일부 젊은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후생노동성의 설문조사에서도 단기 파견직 중 50%에 달하는 응답자가 ‘근무내용과 기간을 택할 수 있어서’ 선호한다고 밝혔다. 또 45.7%는 정규직보다 파견직을 오히려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을 원하는 사람은 19%에 불과했다.
그러나 파견사원이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고 근로자의 고용 상태를 불안하게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인재파견회사인 ‘굿윌’은 근로자를 원래의 계약과 다른 사업장으로 파견하는 이중파견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 전체 근로자 평균과 파견사원의 연 수입 격차는 20대에 82만 엔(약 820만 원) 정도이지만, 30대가 지나면서는 200만 엔(약 2000만 원)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단기파견 근로자의 68.8%는 35세 미만이었다.
일본 정부도 파견사원의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해 일일 단기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예정이나 ‘지나친 고용조건 제약’이라는 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13일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