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평인]프랑스에선 狂魚病이 더 걱정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01분


“한국이 광우병 시위로 들썩거린다”는 말을 했더니 한 프랑스인이 자기는 광우병보다 광어병(狂魚病)이 걱정이라고 했다. 프랑스에서도 양식하는 생선들이 많아지는데 사료로 물고기가 사용되니 ‘광어병’이 발생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였다.

몇 년 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입국할 때 세관에 ‘구제역은 인간에게 감염되지 않습니다’라는 한글 표지판이 붙어 있던 것이 기억난다. 유럽에 구제역이 돌면서 한국인이 소시지 등 독일 육류를 피하는 걸 보고 안내문을 붙여 놓았던 모양이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무렵 프랑스인이 쓴 한국 관련 기사에는 “한국에는 소 사육이 없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 한국의 소는 일하는 소였지 먹는 소가 아니었다. 한국은 서구에 비해 축산의 역사와 관련 상식이 일천하다. 일부 방송의 편파적 과장 보도로 촉발된 광우병 소동도 그런 배경과 무관치 않을 것 같다.

매년 약 2만 마리의 소를 조사하던 미국은 2003년 미국산 광우병 소가 처음 발견되자 2005∼2006년에 약 65만 마리를 조사했다. 그 결과 광우병 소 2마리를 추가 발견했다. 뉴욕타임스는 통계적으로 이 정도 샘플에서 그만한 광우병 소가 나왔다면 노화 상태에서 자연적 변이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11일자에 보도했다.

샘플 조사에서 수십 건이 발견됐으면 모르되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 발효 전인 1997년 전에 태어난 소에서 발견된 것을 놓고 미국에 ‘전수조사라도 하라’는 식으로 몰아붙이기는 힘들다.

영국에선 광우병 사례가 약 18만 건이나 발생했다. 유럽 대륙 국가들도 수백∼수천 건씩 발생했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선 30개월 이상 소의 전수조사가 필요할지 모르지만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은 현재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통제가능국’으로 분류돼 있다.

유럽연합(EU)이 2005년 채택한 ‘광우병 로드맵’은 회원국들에 2007년 6월까지 미국처럼 OIE의 변경된 3단계 등급 중 하나를 얻으라고 촉구해 왔다. 회원국들은 뒤늦게 올해 5월 말 총회에서야 등급 분류를 신청해 대부분 미국과 같은 ‘통제가능국’ 등급을 얻었다.

이로써 OIE의 등급에 미국과 유럽 모두 참여하게 됐고 유럽은 광우병 통제라는 관점에서 미국과 같은 신뢰를 얻게 됐다.

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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