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지역 성폭력은 전쟁범죄”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11분


콩고민주공화국과 라이베리아 분쟁지역에서는 여성의 75%가 강간을 당한다. 수단 다르푸르는 남성이 여성을 수시로 집단 강간하는 ‘강간 캠프’가 되다시피 했다. 임신을 못하도록 여성의 몸에 막대기를 꽂는가 하면 불구로 만들어 알몸으로 내다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분쟁지역의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9일 분쟁지역에서 일어나는 여성 강간과 성폭력을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안보리는 1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안보리는 결의안에서 “분쟁지역의 성폭력은 사람들을 모욕하고 공포를 주입시키는 의도적인 전쟁 전략이자 전쟁 무기”라며 “이는 분쟁 상황을 악화시키고 국제 평화와 안정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분쟁지역의 성폭력 문제는 ‘전쟁의 불행한 부작용이기는 하지만 세계 평화나 안정과는 상관없다’는 인식 탓에 주요 이슈로 다뤄지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비슷한 내용의 결의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 세계 여성 지도자들이 나서 문제 해결의 목소리를 높였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번 결의안이 상정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분쟁국가의 성폭력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준으로 확산됐다”며 “이런 상황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도 “이 문제는 여성의 안전을 해칠 뿐 아니라 이들 국가의 경제, 사회적 안정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의안에 따라 유엔은 분쟁지역의 성폭행 실태를 모니터해 실태보고서를 매년 작성하고 해당 국가에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여기에는 최근 유엔 평화유지군(PKF)이 성폭력에 가담해 국제사회에 파문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내부 규율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라마 야드 프랑스 인권장관은 “(기소권이 없는 유엔을 대신해) 각국이 성폭력 범죄자 처벌에 나서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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