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한국슬라브학회 공동주최
《동아일보 21세기평화연구소와 한국슬라브학회가 ‘부상하는 러시아,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국제학술회의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고유가 속에 에너지 강국으로 떠오른 러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고 한국의 바람직한 대(對)러시아 외교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 사회과학, 문학, 언어학 등 3개 분야로 나눠 진행됐다.》
“풍부한 자원지닌 러 여전히 한국에 매력적”
“러-北관계 ‘상징적 동맹’ 수준 넘지 않을 것”
▽“한국, 러시아와 정치·경제적 협력 강화해야”=가장 관심을 끈 주제는 무엇보다 러시아와 한반도의 관계에 대한 전망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서 정치적, 경제적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을 계승해 출범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체제에서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에 따른 한-러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가 초점이었다.
김덕중 경기대 교수는 “러시아는 세계적인 고유가 지속과 푸틴 대통령 체제하의 정치적 안정에 힘입어 세계무대에서 다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지만 한반도 문제에서 러시아의 역할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국으로서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러시아가 많은 잠재력을 가진, 떠오르는 신흥시장”이라며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상호 교류의 폭을 넓혀 러시아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여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도 한국이 러시아의 극동지역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원 공급처를 확보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 극동지역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연자원의 보고(寶庫)인데도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러시아 발전의 위협요인이 돼 왔고, 러시아도 개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향후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에 대해서도 ‘상징적 동맹(symbolic alliance)’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의 대북지원이 다소 늘어날 수는 있지만 대규모 투자나 합작 사업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북한 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문제에서 지금까지처럼 ‘수동적인 관찰자(passive observer)’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대외정책 바뀌나=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경제력을 바탕으로 유라시아 안보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을 키워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향후 러시아의 대외정책 방향, 즉 초강대국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소 엇갈렸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전략적 공세에 러시아의 적극적인 맞대응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위원은 “러시아가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장이 러시아와 미국 관계를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며 “중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미국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효도 신지(兵頭愼治) 일본 방위연구소(NIDS) 연구원은 “러시아의 유라시아 정책은 실용적 접근에서 전략적 접근으로 바뀌고 있다”며 “미국과 러시아는 4월 맺은 ‘미국-러시아 관계의 전략적 틀에 관한 선언’(소치 선언)으로 새로운 전략적 관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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