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영화제’ 참석 임권택 감독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20년 전 옛 소련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들이 지금 러시아에서 펼쳐지고 있다.”

19일 개막된 제30회 모스크바 영화제 참석차 모스크바를 다시 찾은 임권택(사진) 감독은 도시의 달라진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임 감독은 19년 전인 1989년 영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강수연 씨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때 모스크바를 처음 방문했다. 그때는 소련이 붕괴되기 전이었다.

이번 영화제 기간에 ‘씨받이’ ‘족보’ 등의 작품으로 특별회고전을 열고 있는 임 감독은 “필름을 20년 전으로 돌린다면 지금 빼곡한 거리의 간판은 초라한 간판으로,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는 드문드문 다니는 낡은 고물 차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년 전 방문했던 모스크바를 떠올리며 “그때는 모스크바에서 말버러 담배 한 갑이면 어지간한 어려운 일은 다 해결했다”고 회고했다.

“말버러 담배는 그야말로 옛날이야기가 됐다. (모스크바의 모습이 하도 바뀌어) 지금 모스크바 어느 거리에서도 과거 소련 시절을 재현하는 것은 힘들 것이다.”

임 감독이 옛 소련 시절 만났던 사람들도 몰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임 감독은 “모스크바를 처음 방문했을 때 소련 최고의 인재 집단이던 과학아카데미 박사들이 한국 방문객을 돕는 보조원 일을 했었다”고 전했다. 그런 허드렛일을 하던 박사들이 지금은 러시아 대외무역부와 상공회의소 직원을 거쳐 수백만 달러의 돈을 거머쥔 사업가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영화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것이 임 감독의 얘기다.

“소련 시절에는 공산당 정부가 요구하는 영화를 많이 제작했고, 소련이 붕괴된 후에는 영화사들도 망해 러시아 영화의 존재를 알릴 길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러시아 영화는 오일달러와 함께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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