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신문이 최근 실시한 일본 100개 주요 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3명이 ‘경기 상승기는 끝났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같은 답을 한 CEO가 7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급증세다.
반면 ‘경기 상승이 올해 여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답한 CEO는 10명, ‘내년 이후도 계속될 것’이라 답한 CEO는 20명에 그쳤다.
일본 정부는 “아직 경기 후퇴 국면에는 들어가지 않았다”(오타 히로코·大田弘子 경제재정상)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본 경제를 견인해 온 주요 기업 CEO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잃어버린 10년’을 끝내고 2002년 2월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의 경기 상승 국면이 변곡점을 맞은 것 아니냐고 풀이했다. 이 신문은 매년 제조업과 비제조업 각각 50개 기업의 CEO 면접조사를 두 차례(6월, 11월) 실시하고 있다.
조사에서 현재의 체감경기에 대해 ‘답보 상태’라 답한 CEO는 76명에 달해 6개월 전 조사의 32명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악화’ 또는 ‘서서히 하강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각각 3명, 21명이었다.
주바치 료지(中鉢良治) 소니 사장은 “경기는 명확하게 감속하고 있다. 제로 성장에 가깝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하라구치 가네마사(原口兼正) 세콤 사장은 “실감이 느껴지지 않던 ‘경기 상승’이었다”고 이번 최근의 경기 상승 자체를 폄훼하기도 했다.
반면 오미야 히데아키(大宮英明) 미쓰비시 중공업 사장은 “신흥국이나 자원 보유국에 대한 수출은 증가 기조이고 대기업 설비투자계획도 별로 악화되지 않았다”며 “경기는 올해 후반부터 서서히 회복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CEO들이 경기와 관련해 가장 걱정하는 것은 고유가보다 ‘미국 경제의 침체’였다. 2개까지 복수응답이 가능한 답변에서 68명이 ‘미국 경제의 앞날’을 우려했다. 걱정거리 2위는 유가 상승(46명)이었고 3위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개인소비 정체(각 27명)였다.
이 신문은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주요 기업에 비해 체력이 떨어지는 중소 영세 기업의 상황은 더욱 엄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