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공무원으로 채용 ‘직업 안정성’ 보장
○ “거대한 군과 경찰팀이 몰려온다”
독일은 20년 전 서울 올림픽에서 동독과 서독으로 출전해 각각 2위(금메달 37개), 5위(금 11개)에 올랐다. 하지만 1990년 통일 후 하락세를 타더니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6위로 처져 위기감이 높아졌다.
독일올림픽체육연맹의 탄생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연맹의 게르트 그라우스 언론국장은 “스포츠계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역량을 집중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통합 후 이전보다 일들이 빠르고 힘 있게 진행되는 등 좋은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통합 과정에서 인원 감축은 없었고 다만 향후 은퇴자가 있어도 신규 채용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최근 연맹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선수들의 ‘직업적 안정’이다. “일부 프로 선수를 제외하면 독일 선수는 대부분 별도의 직업을 갖고 있다. 하루 8시간을 일하는 상황에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 그라우스 국장의 말이다.
독일은 선수들을 연방 군대와 경찰에 채용하는 묘안을 짜냈다. 이렇게 ‘연방 공무원’이 돼 운동만 하는 선수가 현재 500여 명이고 점차 늘릴 예정. 18개 주에서도 주 경찰에 선수들을 등록하고 있고, 톱클래스 선수들의 경우 연방 및 주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알아봐 주기도 한다.
독일은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아테네 때의 성적을 유지하고 2012년 런던에서 최상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독일 전역 20개로 분산된 선수촌
독일 내 20개 선수촌 가운데 하나인 하이델베르크 선수촌에서는 지난해 1만8000명이 훈련했다. 이곳에 훈련기지를 둔 배구 등의 선수뿐 아니라 다른 지역 선수들도 자유롭게 찾아와 이용했기 때문이다.
선수촌은 연방 정부가 운영비의 3분의 2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주 정부가 낸다. 주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신 인근 스포츠클럽에 시설을 개방한다.
한국에서는 일부 프로선수가 국가대표 선발을 기피한다고 말했더니 크리스토프 슈타인바흐 부촌장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최근 미국프로농구 스타인 더크 노비츠키(댈러스)가 훈련을 하고 갔다. 여전히 독일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는 가장 영예로운 자리”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하이델베르크=황인찬 기자 hic@donga.com
▼獨‘풀뿌리 스포츠’의 힘은 자원봉사▼
라오라 레온(19) 씨는 스포츠클럽 강사다. 한국으로 치면 고교 3학년이지만 1주일에 두 번은 클럽에 나와 아이들을 가르친다. 부모님을 따라 네 살 때부터 이 클럽에 다닌 그는 “또래와 어울려 운동하면서 사회성까지 좋아진 것 같다. 나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클럽에 등록시키고 싶다”며 웃었다.
프랑크푸르트 시에서 남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 있는 로트바이스 다름슈타트 스포츠클럽. 1954년 문을 연 이 클럽 직원과 강사의 대부분은 레온 씨와 같은 자원봉사자다.
클럽의 총책임자로 역시 봉사활동을 하는 베른트 퀀스틀러(44·기업 컨설턴트) 씨는 “자원봉사자가 클럽을 운영하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축구, 테니스, 독일식 볼링 등을 배울 수 있는 이 클럽의 한 달 회원비는 성인 기준으로 단 11유로(약 1만7600원). 시에서 땅과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연간 3만 유로(약 4800만 원)를 지원하고 있지만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이 가격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 퀀스틀러 씨는 “대를 이어가며 클럽에서 운동하는 가족적인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원봉사 참여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인구 650만 명의 헤센 주 스포츠청장인 하인츠 지린스키 박사는 “정부가 땅과 건물을 제공하고 운영은 클럽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주에서는 예산의 약 5%인 5000만 유로(약 800억 원)를 스포츠 부문에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름슈타트=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