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대한 위안화 가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그동안 중국으로 유입된 핫머니(단기 투기자금)가 급속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과 국내외 금리 차를 노리고 대거 중국에 들어온 핫머니는 경제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다시 유출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제신용경색과 유가 급등에 이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는 또 하나의 악재(惡材)가 된다.
○ 위안화 절상 이면엔 핫머니 유입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30일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6.8591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로써 위안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50번째 최고치 경신을 했다. 각국 투자은행들은 내년까지 위안-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4월 환율이 달러당 6위안대에 접어들었을 때만 해도 경상수지 흑자 누적에 따른 중국정부의 위안화 절상 용인 정책, 달러화 약세 현상 등이 위안화 절상의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가장 주목받는 변수는 핫머니의 중국 유입이다. 투기성 달러 공급이 많아지면서 위안화 가치가 올라갔다는 것. 중국 정부의 추산에 따르면 핫머니 유입 규모는 지난해 전체로는 1170억 달러, 올해는 1분기(1∼3월)에만 860억 달러에 이른다. 물론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여기다 중국(연 4.14%)과 미국(2%)의 기준금리 차이도 핫머니 유입에 한몫을 했다. 금융계에서는 이 밖에도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원유 및 원자재 가격도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고성장을 구가하는 중국으로 단기 자금이 몰렸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급격한 자금회수 땐 한국도 타격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에 유입된 핫머니는 이미 위안화의 평가절상으로 기대수익률을 충족한 상태”라며 “충분한 이익을 챙긴 투기자금이 인플레이션 등 ‘차이나 리스크’를 피해 제3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핫머니가 대량으로 빠져나갈 경우 자칫 중국이 ‘제2의 베트남’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최근 베트남은 투기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화폐가치와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고 물가가 폭등하는 등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송재은 연구위원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위안화 약세가 발생하면 한국은 당장 수출에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