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국가조차 주둔 반대 유럽사령부서 ‘동거생활’
유전 확보 사활건 중국과 사안별 견제-협력 불가피
미국의 여섯 번째 지역통합사령부로 출범한 아프리카통합사령부(AFRICOM·아프리컴)가 10월 1일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미 군사전문지인 ‘성조지’는 최근 아프리컴 소개 기사에서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으로 에너지에 굶주린 미국과 중국이 아프리카의 경제적 잠재력을 놓고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성조지는 “그러나 아프리카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두 라이벌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언젠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부사령관은 여성 외교관
아프리컴 창설 계획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아프리카 8개국을 순방하며 자원 외교를 펼치던 지난해 2월 공식 발표됐다.
북부, 중부, 남부, 태평양, 유럽 등 5개 미군 통합사령부에 이어 6번째로 출범한 아프리컴은 구성 편제부터 독특하다. 기존의 5개 통합사령부는 예하에 육, 해, 공, 해병, 특수전 등 5개 구성군 사령부를 두고 있지만 아프리컴은 민군활동담당 및 군사활동담당 부사령관을 둔 대신 별도의 구성군 사령부는 두고 있지 않다.
사령관에는 윌리엄 워드 미 육군대장이, 민군활동담당 부사령관에는 미 국무부 소속 여성 외교관인 메리 에이츠 전 부룬디 주재 대사가 임명됐다.
아프리컴 창설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날로 높아가고 있는 아프리카의 외교 및 경제적 중요성을 인식해 이 지역을 하나의 통합사령부가 담당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아프리카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미군 3개 통합사령부가 아프리카를 나누어 담당해 왔다.
그러나 유럽통합사령부가 소재한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동거생활’로 첫발을 떼는 등 시작이 순탄치 않다. 미국의 원조를 받는 친미 아프리카 국가들마저 아프리컴 주둔을 반대하기 때문. 아프리컴 유치 의사를 밝힌 국가는 라이베리아가 유일하지만 입지 조건이 좋지 않아 미군 측이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 “돈 위해선 중국에, 에이즈 박멸은 미국에”
아프리컴 계획이 발표된 직후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며 경계의 눈초리를 돌렸던 중국 언론들은 워드 아프리컴 사령관이 지난달 30일 성조지에 “아프리카에서 중국과 협조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그것 보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청년보와 환추(環球)시보 등 중국 언론들은 5일 “미국이 아프리카 도처에서 벽에 부닥치자 어쩔 수 없이 중국과 협력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그동안 아프리카 접근법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미국은 중국이 석유 확보를 위해 이 지역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반면 중국은 내정불간섭 원칙을 내세워 이러한 비난을 무시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존 타식 수석연구원은 “짐바브웨나 수단 등의 아프리카 독재자들은 돈을 얻으려면 중국에, 에이즈나 말라리아를 박멸하려면 미국에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을 위한 양국의 교류와 협조는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조지는 지난달 30일 “석유시설 안전 등은 중국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분야”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에티오피아에서 중국이 운영하던 석유시설이 공격받아 74명이 사망하고 나이지리아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납치된 것과 같은 현실에 비춰볼 때 각종 무장반군과 해적의 퇴치는 양국의 공통 관심 사안이라고 성조지는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