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교통체증 숨이 막힌다]<5>철도에서 해법찾은 일본

  • 입력 2008년 7월 10일 02시 59분


신주쿠로 향하는 급행 열차를 기다리는 도쿄 시민들. 승객들은 쾌속 특급 보통 등 속도가 다른 열차 중에서 가장 편한 걸 골라서 이용한다. 도쿄=장윤정  기자
신주쿠로 향하는 급행 열차를 기다리는 도쿄 시민들. 승객들은 쾌속 특급 보통 등 속도가 다른 열차 중에서 가장 편한 걸 골라서 이용한다. 도쿄=장윤정 기자
도심까지 환승 없이… 급행열차로…

도쿄 교외출근자 “큰불편 몰라요”

일본의 고속철도 중 하나인 ‘쓰쿠바(筑波) 익스프레스’를 타기 위해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로 향했다. 2일 오후 6시경이었다.

쓰쿠바 익스프레스는 아키하바라에서 이바라키(茨城) 현 쓰쿠바까지 58.3km 구간을 달린다. 2005년 생긴 이후 하루 평균 25만5000명이 이용한다.

쾌속, 구간쾌속, 보통 이렇게 3가지가 있었다. 때마침 플랫폼에 쾌속열차가 들어왔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자리가 빼곡히 차 있었다. 직장인과 학생으로 북적이는 모습이 한국 전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출발하자 생각이 달라졌다. 쓰쿠바 익스프레스는 시속 80km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도쿄를 빠르게 벗어났다.

20분여가 지나자 밖에는 한적한 교외 풍경이 펼쳐졌다. 도쿄를 완전히 벗어나 지상으로 나오자 속도가 더 빨라져 시속 130km를 가리켰다. 자동차로 2시간 걸리는 거리를 쾌속열차는 45분 만에 주파했다.

○ 특급열차는 최고시속 120㎞

반경 50km의 생활권을 자랑하는 도쿄. 동서남북으로 위성도시가 많지만 교외에서 출퇴근하는 승객에게 불만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

교외에서 철도를 이용하면 늦어도 1시간 안에 도쿄에 들어오고, 사철(민간철도)이 도쿄 전철인 메트로에 바로 연결돼 갈아타지 않아도 도심 한복판에 내릴 수 있어서다.

한국으로 말하자면 분당선 열차가 서울에 들어와서는 2호선 철로로 시청까지 출근길 직장인을 한 번에 나르는 셈.

도쿄 메트로 9개 노선 중 7개와 도영 전철 1개 등 모두 8개 노선이 교외에서 들어오는 철도와 바로 연결된다.

이런 ‘상호직통 운전’은 1970년대에 추진되고 1990년 이후 크게 늘어 총길이가 913km에 이른다.

도쿄 교통시스템의 또 다른 핵심은 급행열차 시스템. 도쿄권의 모든 사철이 쾌속 특급 보통 등으로 구분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급을 타면 최고속도가 시속 110∼120km에 이른다. 모든 역을 서는 보통열차에 비해 3분의 2 정도 시간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 국가 차원에서 철도망 지원

이젠 메트로까지 급행을 운영한다. 6월 14일 개통한 후쿠토신센(부도심선)은 도쿄 도심을 달린다.

와코(和光) 시에서 시부야(澁谷)까지 25분 만에 주파한다. 도쿄 한복판을 고속으로 달리는 유일한 전철.

출퇴근 인구를 더 빠르게 수송하려고 일본 사철은 선로를 복선으로 바꾸는 중이다. 상하행 2개 노선을 4개 노선으로 늘리면 급행열차가 보통열차를 추월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 덕분인지 도쿄의 지하철 이용률은 세계 최고다. 철도 이용률이 49.5%에 이르고 출퇴근 이용률은 무려 74%로 뉴욕이나 런던보다 월등히 높다.

일본은 그럼에도 국가 차원에서 수도권 철도망 개선을 계속 지원한다. 새로운 노선을 추진할 때 국가와 지방단체, 사업자가 3분의 1씩 사업비를 부담한다.

일본 국토교통성 도시철도과의 오치 마사히로 과장은 “자동차나 모노레일도 있지만 도심에서 주민을 대거 이동시키기 위한 수단은 결국 철도가 될 수밖에 없다. 도쿄 교통의 핵심은 여전히 철도”라고 강조했다.

도쿄=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버스위주 대책은 장거리 수송 한계”

道 동탄∼삼성 급행전철 시범 추진 ▼

국내에서도 광역 교통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수도권 급행전철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수도권 광역철도가 일본 도쿄권의 11%, 프랑스 파리의 22%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자가용과 버스 위주의 교통대책으로는 30km 이상 장거리 통근자를 서울 중심지로 수송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대규모 택지개발이 집중된 동탄∼삼성 구간을 수도권 고속급행전철 시범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토지 소유자가 이용하지 않는 지하 40∼50m 공간을 활용해 노선을 만들고 중간 정차를 최소화하면 운행시간이 기존 전철의 3분의 1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대한교통학회와 한국철도학회는 지난달 30일 ‘수도권 급행전철 구축방안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 자리에서 “신도시와 서울 도심을 직선으로 연결하고 수도권 전체를 동서남북으로 한 번에 통행하는 고속급행전철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승영 서울대 교수는 “기존의 철도는 느린 속도와 굴곡진 노선으로 교통난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 급행전철을 수도권 전체에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절약하고 대중교통 시스템을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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