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의에 9일 한국 중국 인도 등 신흥경제 8개국 정상들이 함께 참석해 이산화탄소 주요 배출국 회의(MEM) 정상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최고 쟁점인 온실가스 배출량 삭감과 관련해 장기 목표 수치를 정하는 데는 합의하지 못했다. 7일 개막한 G8 정상회의는 MEM을 끝으로 폐막했다. 도야코=이종승 기자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에서 사흘간 진행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9일 오후 신흥경제 8개국과의 확대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 G8 정상회의는 지구온난화, 고유가, 식량가격, 핵 비확산 문제 등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글로벌 이슈를 안고 출발해 주목을 끌었다.
G8은 이 같은 과제를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 아프리카 7개국 및 이산화탄소 주요 배출국 회의(MEM)의 8개국 정상을 초대해 확대정상회의를 시도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 삭감과 관련한 장기목표 수치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끝내 실패하는 등 방대한 논의 내용에 비해 눈에 띄는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G8 vs G5=이번 G8 정상회의에서는 온실가스 삭감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 합의 실패 과정에서도 드러나듯 G8에 대비해 신흥공업 5개국(G5·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들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결속이 강화됐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이들 5개국 정상은 G8과의 확대정상회의가 있기 하루 전인 8일 삿포로에서 따로 정상회담을 열고 “선진국들은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 2050년까지 80∼95% 삭감하라”고 요구하는 정치선언을 채택했다.
이들의 주장은 산업혁명 이래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해 온 선진국이 ‘역사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남아공은 “G8 정상선언은 공허한 문서”라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5개국은 내년 G8 정상회의 전에 브라질에서 정상회담을 열자는 데도 합의해 기후변동 문제에서 결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들 G5와 G8이 앞으로 어디까지 의견을 모을 수 있을지가 지구온난화 대책의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G8 ‘한계론’ 솔솔=제1차 오일쇼크에 따른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1975년 프랑스 랑부예에서 미국 서독 영국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등 선진 6개국 정상들이 모인 것이 G8의 뿌리.
그런 점에서 글로벌 과제가 많았던 올해 G8은 그 어느 때보다 ‘랑부예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가 많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면서 핵심을 비켜난 상징적 합의에 그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예컨대 지구온난화 문제의 애매한 처리 외에 고유가 대책에서도 정상들의 견해차는 그대로 노출됐다. G8 정상들은 시장의 투명성 향상, 산유국에 대한 증산 요청, 소비국의 에너지 절약, 원자력 이용 확대를 위한 국제협력 등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으나 가장 관심을 모았던 투기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을 하지 않는 선에서 봉합했다. 이는 미국과 영국이 투기자금 규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식량가격 급등 대책으로 식량 수출규제 철폐, 식량 이외의 원료를 사용하는 제2세대 바이오 연료 개발, 국제적인 비축 시스템 구축 등의 방안을 제시했지만 뚜렷한 해법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G8을 주요 8개국에 G5를 더한 G13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최근의 논의에 더해 G8 정상회의가 끝난 뒤면 불거져 나오곤 하는 ‘G8 무용론’도 다시 대두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과거 30년간 G8은 세계의 정치 경제를 손 안에 넣고 있었지만 국제질서의 변화와 함께 특정 국가 그룹이 세계를 이끄는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
한편 이번 회의에 의장국인 일본이 지출한 경비는 약 606억 엔(약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G8 낭비론’에 불을 붙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