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불만이 쌓인 주민들은 단순 항의에서 벗어나 정부 청사에 불을 지르거나 담당 공무원을 살해하는 등 극단적 행위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불 지르고 살해… 집단 항거=2일 오전 후난(湖南) 성 장자제(張家界) 시 융딩(永定) 구에서 건축 중인 자신의 집이 불법건축물이라며 철거된 데 불만을 품은 톈(田)모 씨 부부가 가도(街道·한국의 주민자치센터에 해당) 사무실에 액화천연가스(LPG)통을 터뜨려 공무원 12명이 크게 다쳤다.
톈 씨는 “다른 건축물은 눈감아주고 내 것만 두 차례나 헐었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5일 밤 산시(陝西) 성 푸구(府谷) 현 공안국 교통대대 사무실 앞에서 경찰의 검문검색을 피해 황허(黃河) 강에 뛰어들었다가 숨진 농민의 시신을 둘러싸고 주민과 경찰이 집단 충돌해 경찰차 2대와 민간인 차량 1대가 크게 부서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구이저우(貴州) 성 웡안(瓮安) 현에서는 주민 1만여 명이 공안국 간부의 아들이 포함된 여중생 강간범 일당을 경찰이 멋대로 풀어줬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를 벌이다 공안국 청사에 불을 질렀다. 경찰 발포로 주민 1명이 숨지고 15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1일 오전에는 상하이(上海) 시 공안국 자베이(閘北) 분국에서 자전거 도둑으로 몰려 가혹하게 조사를 받은 데 격분한 양(楊)모(28) 씨가 흉기를 들고 경찰서 사무실에 난입해 경찰관에게 칼을 휘둘러 6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소수민족 분리 움직임 확산=티베트족에 이어 위구르족 독립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8일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성도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강도 혐의로 붙잡힌 15명은 위구르 독립을 주장하는 ‘성전(聖戰)훈련반’ 소속 대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홍콩의 다궁(大公)보가 9일 보도했다.
우루무치 시 공안국은 “경찰이 은신처를 급습했을 때 이들이 칼을 휘두르며 대항해 총을 쏴 5명이 현장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근본 처방 없이 임시변통만=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최근 잇따라 터지는 집단 소요에 크게 위기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집단소요 사건을 유발한 부패 관리를 처벌하는 등 응급처치에만 급급할 뿐 사회 안정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한 교수는 “결국 경제발전 수준에 걸맞은 정치개혁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부패방지시스템과 법치주의를 세우고 장기적으로는 정치개혁과 민주화를 이루는 것만이 사회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