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독도 영유권 명기에 따라 권철현 주일대사의 일시 소환이 14일 결정되면서 과거의 한일관계 악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대일정책 선언→일본의 도발→국내 여론 악화에 따른 정부의 강경책→한일관계 원점 회귀라는 궤적을 일정하게 밟아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일본 총리와 함께 ‘21세기 신(新)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내놓았다. “불행했던 과거 역사를 미래로 함께 간다”는 전향적 선언이었다. 첫 정권교체를 이룬 김 전 대통령은 단계적 일본문화 개방 결정도 내렸다.
그러나 2001년 일본은 역사를 왜곡한 역사교과서 검정 통과를 발표했고, 한국의 35개 항목 수정 요구를 거부하면서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한국 내 반일감정이 높아지면서 청와대 참모가 ‘두고두고 후회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공개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3년 취임 후 새로운 한일관계를 선언한 뒤 ‘대일 신독트린’을 내놓았다. ‘미래’가 키워드였다. 그러나 2005년 일본 시마네(島根) 현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조례로 만들면서 신독트린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은 얼마 후 한밤중 직접 쓴 편지를 외교통상부와 조율하지 않은 채 공개해 여론을 자극했다. 한일관계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때까지 냉각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이런 구도가 앞으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래로 간다’는 외교철학을 외면할 수 없지만, 일본 내 국수주의 세력 역시 독도 및 역사교과서 문제는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 관계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박철희 교수는 14일 “이런 구조적 이유 때문에 비슷한 현상이 되풀이될 수 있다”면서 “한국의 정부 언론 여론이 지나친 흥분을 피한 채 ‘낮은 수위’의 대응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