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모기지 쇼크’… 다음은 어디?

  • 입력 2008년 7월 16일 03시 01분


14일 미국 대형 모기지업체 인디맥뱅코프의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의 한 지점에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인디맥뱅코프는 11일 영업정지 처분 이후 경영권이 미 금융당국으로 넘어갔다. 미 정부가 양대 모기지 보증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해 긴급 구제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선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샌타모니카=AFP 연합뉴스
14일 미국 대형 모기지업체 인디맥뱅코프의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의 한 지점에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인디맥뱅코프는 11일 영업정지 처분 이후 경영권이 미 금융당국으로 넘어갔다. 미 정부가 양대 모기지 보증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해 긴급 구제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선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샌타모니카=AFP 연합뉴스
美정부 시장 개입에도 금융주 폭락… 신용불안 계속

“400억 달러의 추가 자금이 있습니다. 우리 은행은 자금 여력이 충분합니다.”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본사가 있는 워싱턴뮤추얼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긴급 해명서를 배포해야 했다. 주택융자(모기지)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로 올해 막대한 적자가 예상된다는 리먼브러더스의 보고서가 나오면서 주가가 34.8% 폭락했기 때문이다.

미 금융당국이 양대 국책 모기지 보증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해 긴급구제책을 발표해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지만 14일 뉴욕 증권시장에서 금융주가 폭락하는 등 신용불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 S&P 금융지수 8년만에 최대 하락

미 금융당국은 일요일인 13일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려 시장에 불안을 조성하거나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반드시 찾아내 엄벌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4일 주식시장을 뒤흔든 것은 ‘루머’였다.

지난주 모기지 업체인 인디맥뱅코프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으로 불거진 금융권의 부실 우려가 ‘인디맥뱅코프 다음 차례는 누구?’라는 걱정으로 이어지면서 지방 은행 주식들이 대거 폭락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방 은행은 전체 경제에 미칠 파장도 작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몰려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구제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는 우려에서였다.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를 기반으로 한 은행 내셔널시티도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루머가 퍼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내셔널시티는 긴급 해명자료를 내고 “120억 달러 이상의 충분한 추가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며 루머를 부인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증시에서 지방 은행 주가 폭락 사태가 이어지면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금융지수는 6.1% 하락해 2000년 4월 이후 최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숨은 돌렸지만…

프레디맥은 14일 30억 달러에 이르는 채권 매각에 성공했다. 전날 미 재무부가 강력한 구제 방안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다소 해소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날 프레디맥 주가는 8.3% 하락했다. 패니메이도 5.1% 떨어졌다. 연방정부의 개입으로 유동성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을지 몰라도 주택시장 침체로 모기지 관련 채무 불이행이 늘어나면서 손실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때문이다.

미국 대형 은행인 와코비아도 이날 UBS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하면서 14.7% 하락하는 등 금융주가 전반적으로 기를 펴지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앞으로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중소규모 은행 50∼150개가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미 90개 은행을 ‘요주의 대상’으로 올려놓고 주시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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