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경제 먹구름…글로벌 동반침체 조짐

  • 입력 2008년 7월 17일 02시 56분


《미국 경기침체의 어두운 구름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아 보였던 유럽과 일본에서도 경기침체를 경고하는 신호가 잇달아 나타나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전문가는 미국 경기침체 여파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진단함에 따라 지구촌의 불안감도 점차 커지고 있다. 》

유럽마저

스페인 최대 건설사 파산

유로강세 기업활동 위축

미국발(發) 경기침체 영향이 유럽까지 파급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동반 침체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16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톱기사로 세계 경제 상황을 진단하면서 “미국발 경기둔화 영향을 피해갈 것으로 여겨졌던 유럽마저 침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의 최대 건설업체 마르틴사-파데사가 15일 파산한 데 이어 유로 환율이 유로당 1.6달러까지 치솟은 점, 유럽의 경제 최강국인 독일의 투자자 심리지수가 1990년대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세계 공통의 문제를 포함해 유로화 강세 현상이 특히 유럽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독일의 대표적 기업인 지멘스와 헨켈이 최근 대규모 감원계획을 발표하는 등 실업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마르틴사-파데사의 파산은 유럽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어 유럽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미국의 양대 모기지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부실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미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 주장이 최근 무색할 정도로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모기지 시장 안정을 위한 의회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투자자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았다.

리먼브러더스의 마이클 흄 연구원은 “성장동력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유럽 경제가 올해 안에 침체기에 접어들 가능성은 대략 40%”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일본까지

물가 전망 대폭 상향 조정

“경기 추가로 감속하는중”

일본은행은 15일 금융정책회의를 열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끌어내리고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대폭 높였다.

매년 4월과 10월 2차례에 걸쳐 ‘경제·물가정세 전망보고서’를 발표하는 일본은행이 중간평가라는 형식으로 3개월 만에 전망치를 조정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올해 실질 GDP 증가율 전망치를 3개월 전보다 0.3%포인트 낮은 1.2%로 하향조정했다.

일본의 실질 GDP는 1분기(1∼3월) 4.0%(연율로 환산한 수치)에 이르는 고성장을 했다. 따라서 연평균 실질 GDP 증가율이 1.2%에 불과하다는 것은 2분기(4∼6월) 이후 올해 말까지 사실상 ‘제로 성장’에 머문다는 것을 뜻한다.

일본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개월 전에 비해 0.7%포인트 높은 1.8%로 수정했다. 이는 소비세율이 인상된 1997년의 2.1%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여전히 너무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6%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일본은행이 물가관리목표 상한선으로 삼고 있는 2.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일본은행은 또 현재의 경기상황에 대해 4월 “감속(減速)하는 중”이라고 표현했던 데서 한발 더 나가 이번에는 “추가로 감속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은행은 물가가 오르면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에너지와 자원 가격의 상승으로 소득이 해외로 유출되고 구매력이 저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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